웨슬리의 툴박스

아이폰5S가 지난 모델보다 두드러지게 개선된 부분 중 하나가 카메라의 성능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작동 가능 속도를 보겠습니다. 동영상 기록속도, 사진 촬영속도 같은 것이죠.

1. 동영상

아이폰5S는 720p (1280x720) 해상도에서 초당 120프레임으로 찍는 "슬로모션" 모드를 처음으로 선보입니다. 이 모드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먼저 초당 120프레임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동영상이 찍힙니다. 카메라 앱이나 사진 앱으로 카메라롤에 들어가서 이것을 보게 되면, 일부분을 초당 30프레임으로 떨어뜨려 재생시킴으로써 슬로모션으로 재생되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선택된 구간에 대해 재생속도가 1/4로 내려가겠지요. 슬로모션이 시작하고 끝나는 지점은 프레임 요약줄 바로 아래의 막대를 움직여서 임의로 정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단점은 이런 구간을 2군데 이상 지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걸 원한다면 별도의 편집기나 앱을 사용해야 합니다.

한편, 이렇게 찍은 동영상을 외부로 옮기거나 공유할 때 고려해야 하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촬영된 동영상을 내장된 공유 기능을 통해 유튜브나 비메오(Vimeo)에 업로드하게 되면, 슬로모션 효과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 동영상의 17초 부근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생일 촛불 끄는 모습 맞습니다).

하지만 기본 제공 기능을 벗어나면, 이 효과가 증발해 버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따로 다운받은 앱에서 동영상을 열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속도로 재생됩니다. 기기를 컴퓨터에 꽂고 동영상 파일을 전송해봐도 초당 120프레임짜리 동영상이 옮겨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돌려 말하면 슬로모션 효과는 기본 제공 앱 차원에서 실시간으로 적용한 것일 뿐이고, 원본 파일은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아이폰5는 초당 60프레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드웨어적으로는 약하게나마 슬로모션 효과를 구현할 여건이 됩니다. 하지만 iOS 7 기본 앱들은 이 기종에 그런 기능을 제공하지 않지요. 설령 아이폰5에서 별도 앱을 통해 초당 60프레임으로 찍은 동영상을 아이폰5S로 옮기더라도, 슬로모션 지정하는 막대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SlowCam 같은 앱을 써야 비슷한 흉내를 낼 수 있습니다.

2. 사진


사진 촬영 모드에서도 신속함이 더해졌습니다. 아이폰5S는 초당 10장을 계속해서 찍는 버스트 모드를 자랑하는데, 여러 장을 찍고 가장 잘 찍힌 장면을 골라내서 쓰는데 유용합니다. 광학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는 점을 다소 보완하는 셈이지요. 한 번에 최대 9,999장을 찍을 수 있습니다.


버스트 모드로 찍고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선택하도록 하는 스마트폰은 예전에도 나온 바 있지만, 아이폰5S의 차별점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먼저 사진을 골라주는 데에 있습니다. 버스트 모드로 사진을 찍고 나서 사진들이 하나의 묶음으로 카메라롤에 나타나며, 그 중 최상의 사진이 자동으로 선정되어 대표 사진으로 표시됩니다.

이는 해당 버스트 사진 묶음에서 일반 앱들이 기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사진입니다. 하지만 기본 카메라나 사진 앱에서는 묶음을 열어서 그 안에 속한 모든 사진을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사진 밑의 점은 아이폰이 고른 대표 사진이고, 역삼각형 표시는 현재 보고 있는 사진을 뜻합니다. 사진을 누르면 체크 표시가 나타나는데 이 상태에서 완료를 누르면 선택된 사진들이 카메라롤에 나타나게 되어 다른 앱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에 기기의 카메라롤을 컴퓨터에서 접근할 경우, 버스트 모드로 찍은 사진들은 기기 상 선택 상태에 관계 없이 일반 사진처럼 모두 나타나고, 별도의 폴더에 들어가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원하는 사진을 꺼내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참고로, 일반 모드로 찍든 버스트 모드로 찍든 사진 품질에는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두 경우 모두 매우 빨리 저장이 이루어지고, 후처리 수준도 같은 듯 합니다.



만약 당신이 아이폰5를 쓰고 있다면, iOS 7 업데이트 후 카메라 앱에서 셔터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일종의 버스트 모드가 추가되었음을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5S만큼 빠르지는 않습니다. 시계를 찍어보니 초당 2.5장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괜찮기는 하지만 탁월하지도 않습니다. 아이폰5S에 같은 방식으로 테스트해본 결과 애플 주장대로 초당 10장이 찍히는 것으로 판명되어 아이폰5의 4배 속도가 나왔습니다.

또 한가지 눈치챌 수 있는 건, 아이폰5에서 찍은 버스트 모드 촬영 결과는 묶여지지 않고 일반 사진처럼 저장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셔터 버튼을 아주 빠르게 반복해서 두드릴 경우 초당 2.5장보다 더 빨리 찍을 수도 있기는 합니다. 초당 5장 정도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기기를 안정적으로 잡고 있기 힘들 수 있어서 애플이 설정해 놓은 "느린" 버스트 모드의 속도를 피해가기 위한 방법으로 썩 유용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결국, 빨리 찍는 아이폰을 원한다면 5S를 사라고 애플이 말하고 있는 셈이지요.

요약하면, 아이폰5S의 카메라는 아이폰5에 비해서 약 2배 정도의 속도로 동작하는 것이 가능하고, 소프트웨어도 이를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그럼 사진의 품질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다음 글에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