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해킹으로 찍은 러브조이 혜성
작성자: Wesley 작성일:꼬리가 보여야 비로소 혜성 사진이 완성되는데, 첫 시도에는 이게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셔터를 오래 개방해야 이것을 포착할 수 있을텐데, 세 가지 문제가 가로막게 됩니다. 첫째, 별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값비싼 추적장치를 달지 않는 이상 점이 아니라 줄로 나타날 것입니다. 줌을 당길수록 더욱 심하겠죠. 둘째, 캐논 SX50 HS 카메라는 ISO 80을 넘어가면 셔터를 최대 1초까지만 열 수 있게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셋째, 주변의 빛공해 때문에 오래 개방하고 찍어놓으면 사진이 허옇게 나와버립니다.
카메라의 제한 사항을 극복해야 나머지 두 문제를 어디까지 밀어붙일지 알 수가 있을텐데요. 이를 위해 카메라에 CHDK를 적용해 봤습니다. 이것은 기본 펌웨어 위에 올려서 기능을 향상시키고 제한을 풀어주는 일종의 해킹 소프트웨어입니다. 이것을 쓰면 ISO 6400에서도 1분 동안 셔터를 개방해서 찍는 게 얼마든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니까 앞서 말한 빛공해 같은 문제 때문에 회색빛의 쓸모없는 사진이 나왔습니다.
줌과 셔터속도 설정을 여러모로 조합해본 결과, ISO 2500에 10배 정도의 줌에서 4초 동안 개방하니 배경이 너무 흐릿해지거나 별들이 늘어지는 것도 심하지 않으면서 혜성의 꼬리가 살짝 보이게 되었습니다. 꼬리가 11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100% 크기에서는 노이즈 때문에 분간이 좀 어렵긴 하지만 말이죠.
참고로, 혜성의 1시 방향에 있는 밝은 별은 큰곰자리 57 (HR 4422 또는 HD 99787)로, 큰곰자리에 있는 5.3등성입니다.
한편, 아이손 혜성 (C/2012 S1)도 같은 방법으로 찍어보려고는 했는데, 지평선 부근의 심한 빛공해 때문에 흐릿하고 분간할 수 없는 결과만 나왔습니다. 다음에는 Baader Moon & Skyglow 필터를 끼워서 이 현상을 줄일 수 있는지 볼 예정입니다. 만약 효과가 있다면, 러브조이 혜성의 꼬리를 좀 더 잘 찍어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아이손 혜성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가 되지 않지만 말이죠.
설정: 278mm - ISO 2500 - 4초 - f/5.6
시간: 2013-11-20 05:01 - 05:02 대한민국 표준시
위치: 대한민국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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