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추억거리: 1999년에서 2015으로

용산 선인전자상가, 1999-12-14

저는 1999년 11월부터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바로 지우지 않은 사진은 모두 저장해놓고 있어왔습니다. 그리하여 15년이 넘는 디지털화된 기억을 가지고 있지요. 첫 4년 남짓 동안은 첫 디지털 카메라였던 2메가픽셀, 2배 광학줌의 코닥 DC280으로 사진을 담았는데, 96만 원을 주고 산 것입니다. 당시엔 소비자용 카메라로는 최고급에 속했는데, 일반적으로는 0.3 내지 1.3메가픽셀짜리 이었기 때문이지요. 32MB 메모리카드를 사기 위해 16만 원을 낸 것도 기억이 납니다.

초창기 사진을 구경해보다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 궁금해서 사진 속에 나오는 장소를 다시 한 번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사진은 아이폰6 플러스로 찍는데, 우연찮게 거의 같은 값을 내고 샀지만 (97만 7천 원 정도) 8메가픽셀 센서와 128GB 저장공간을 달고 있다는 게 큰 차이입니다.

용산 선인전자상가, 2015-01-31

맨 먼저 확인한 곳은 용산전자상가의 상징적인 건물 중 하나가 되겠습니다. 선인플라자 (선인전자상가) 21동인데, 대학생 시절에 컴퓨터 장비와 부품을 사기 위해 자주 들르던 장소입니다.

1999년도 사진에는 펜티엄 III 500 듀얼 서버 광고가 입구에 있었지만, 2015년에 보니 지포스 GTX 740 그래픽카드 광고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2015년도 사진에는 건물 오른쪽 뒤에 23동도 보이는데, 이는 2007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지하로 한 번 내려가보겠습니다.

영등포구청 지하철역, 1999-12-21

1999년에는 5호선 영등포구청 지하철역이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역 이름의 영어 로마자 표기가 지금과는 다른 "Yŏngdŭngp'o-gu Office"인 게 보이시나요? 이랬던 로마자 표기법이 이 사진을 찍고 1년도 되지 않아서 바뀌었답니다. 필자로 확동하던 잡지 회사들에 방문하기 위해 2호선과 5호선 사이를 환승할 때 애용했던 역이 바로 여기입니다.

영등포구청 지하철역, 2015-01-31

2015년에 이르러서는 이 역을 포함해서 이미 수도권 전체에 걸쳐 지하철 승강장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었습니다. 표지판은 변화가 좀 있었지만 천장이나 바닥은 대체로 비슷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승강장 스크린도어 안을 들여다보기

스크린도어 속을 들여다보니 1999년도 사진에 보이던 기둥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로마자표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대로인데, 심지어 왼쪽 두 기둥 사이에 있는 바닥에 얼룩진 모습까지 똑같습니다. 스크린도어 설치 후 안쪽은 신경을 별로 안 쓰고 있는 듯 합니다.

쏘나타2 운전 중, 2000-02-04

이 사진은 2000년 초에 제 아버지께서 가족을 태우고 6년 된 현대 쏘나타2를 모는 모습입니다. 이 차는 1994년 3월부터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는데, 대시보드 주변에는 딱히 아무 것도 설치되지 않은 것이 확인됩니다.

쏘나타2 운전 중, 2014-10-25

14년 후가 되니 이 차는 이제 저 또는 제 아내 (사진에서처럼)가 몰고 다닙니다. 결혼하고 얼마 후 아버지께서 새 차를 구입하시면서 이 차는 저에게 주신 것이지요. 이렇게 물려받은 쏘나타2는 곱게 나이를 먹어서 다음 달이면 현역 운행 21주년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지금은 운전자석 옆에 충전 케이블과 위성 내비게이션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코엑스 전시장 입구 부근, 2000-08-23

여기는 서울 강남구 삼성역 옆에 자리잡은 거대한 전시장 겸 쇼핑몰인 코엑스(COEX)입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도 나온 적이 있지요.) 매 해마다 흥미로운 전시회를 많이 개최하고 있는 곳이라, 길 건너편 사무실에서 8년 간 일하기 전부터 자주 찾아가보게 되었습니다.

2000년도에 찍은 이 사진은 첨단기술 관련 전시회에 참석하러 왔을 때 남긴 것입니다. 불과 3개월 전에 막대한 규모의 지하 쇼핑몰(코엑스몰) 건설을 포함한 야심찬 확장공사가 마무리된 때였습니다.

코엑스 전시장 입구 부근, 2015-01-31

코엑스몰은 작년에 대대적인 재단장을 진행해서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전시회장 쪽은 전반적으로 예전 모습을 유지하고 있음을 2015년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운데에 찍힌 비즈니스 센터의 설치를 제외하고는 영구적인 변화를 찾아보기가 매우 힘듭니다. 왼쪽 위에 매달린 배너가 꾸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 번 아래쪽에 표시된 웹사이트 주소가 바뀐 것이 유일하게 달라진 점입니다.

추억이 새록새록 나는 경험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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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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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범 작성일: :

오래된 만큼 소중한 사진 잘 봤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1999년 정말 그리운 연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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