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슬리의 툴박스

잠재적인 전력 낭비 지점을 계속 뒤져 나가는 과정이 계속됨에 따라, 이번에는 열화상 기술의 도움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아이폰에 장착시킨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플리어 원이라는 제품인데 나중에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각각의 장소를 살펴보게 되면 비정상적으로 덥거나 추운 지점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찾아낸 "더운" 지점 중 하나가 에어컨 측면에 있었습니다. 전원을 켠 상태가 아니었지만 벽면에서 끌어오고 있는 대기전력 덕분에 제어회로 부분이 약간 온도가 올라간 상태였고, 이것이 열화상에서 명백하게 포착된 것입니다. 여름이 될 때까지 전원코드를 뽑아놓고만 있어도 문제는 해결되었겠지만 저는 한 걸음 더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벽면에 설치되어 있던 전원부를 스위치가 달린 방식으로 바꿔 달아보기로 한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에어컨을 쓰지 않을 때 전원부에 달린 스위치로 전원을 바로 차단할 수 있어서 코드를 뽑을 필요가 없게 됩니다. 작동도 편리하게 될 뿐 아니라 기계적 마모도 피할 수 있게 되는 셈인데, 진작에 해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되는 데이터 수집활동의 일환으로 집 안 에어컨이 내부를 시원하게 하면서 전력을 얼마나 소비하는지도 측정해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이 충분히 더운 상태가 아니라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조건이 되지 않더군요. 여름이 되고 나서 다시 확인해봐야겠습니다.

한편, 집 안 다른 구석에도 최적화 작업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지난 8년 가량 계속 써온 애플 USB 키보드가 알고 보니 0.7W (5V에서 140mA 정도)씩 꾸준히 먹고 있었는데 딱히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내장 USB허브가 부분적으로 원인 제공을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지요. 블루투스 키보드가 이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결국 로지텍 K380으로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제품 사양에 따르면 AAA 건전지 2개로 최고 2년까지 쓸 수 있다고 하니 교체하는 것 만으로 집안 전력소비량에서 0.7W만큼을 확실하게 줄이게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책상 위에 올려놓은 삼파장 형광등 스탠드를 LED방식으로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아래 정리한 표를 보시면 알겠지만 천장에 달린 조명을 교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절약이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단, 예전 것과 마찬가지로 터치 스위치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대기전력도 그에 버금가는 수준이더군요. 다행히 전원 어댑터와 본체 사이에 별도 스위치를 추가하게 되니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전원을 켜든 끄든 절전이 몸에 배게 된 셈입니다.

글을 맺으면서 지난 번에 이어서 추가로 파악한 전력 소비 데이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집안 내부에 설치된 기저 시스템을 추가로 찾아내어서 측정을 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렇게 다 하고도 여전히 약 10W 정도가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대식 아파트에 사는 댓가가 이런 것인가 봅니다.


[ 용어 및 해설 ]

끔: 기기를 전원 스위치로 꺼두었거나, 전원에는 꽂혀 있으되 어떠한 작동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상태를 뜻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대기상태로 있습니다.

유휴: 켜져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는 있으나 (전원등 내지 화면이 켜져있거나 명령에 즉각 반응하는 등) 실제로는 아무런 일도 안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작동: 기기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고 있을 때입니다 (방송을 저장하고 있는 등).

정격: 전원공급장치나 기기 자체에 표기된 정격 최대 전력 소비량입니다.

1. 이 시스템의 전체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화기 (HKF-310), 수신부 (HKC-500), 조작부 (HKR-300), 가스탐지부 (HKD-400), 노즐 / 온도 감지부 (HKT-300 & HKN-200), 가스차단부 (HKS-360E).

2. 위쪽과 아래쪽 열선이 모두 켜졌을 때 측정된 결과입니다. 각 열선을 따로 켜면 위쪽은 660W, 아래쪽은 610W 만큼 소비하는데, 특이하게도 동시에 1270W를 소비하지는 않더군요.

3. 안정적으로 내부를 식히는 과정일 때 측정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전력 소비가 정점에 치닫다가 몇 분에 걸쳐 천천히 줄어들면서 안정화됩니다. 물론 작동 상태와 유휴상태를 꾸준히 오가기 때문에 하루 종일 관측하여 얻게 되는 평균 전력소비량은 이보다 낮습니다.

4. 일반적인 세탁을 한 번 할 때 1.1시간 동안 82Wh를 소비한 것에서 계산되었습니다 (82 / 1.1 = 74.5).

5. 본체와 전원 어댑터가 분리된 상태에서 어댑터가 소비하는 수준을 측정한 것입니다. 전원 케이블에 스위치를 설치하면 대기 전력을 차단시켜 둘 수 있습니다.

6. 최대 밝기로 놓고 측정한 결과입니다. 중간 및 최저 설정에서는 각각 3.4W, 1.1W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