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자 갱신하기

1990년대에 북미 대륙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 방문하게 된 것은 2006년이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대상국가가 아니었으므로 국민 대부분 그래야 했듯이 B1/B2 비이민 (방문) 비자 신청서를 서울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에 제출하고 인터뷰를 거쳐야 했습니다. 그 때 경험했던 긴 대기시간 등을 담은 상세한 글을 남기기도 했지요.

이렇게 받은 비자로 지난 10년 간 잘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2008년 11월 17일 VWP 대상국가가 되었지만 비자를 이미 발급받은 사람은 ESTA (전자여행 허가제) 인증을 따로 받을 필요가 없었으므로 여전히 유용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결국 유효기간이 만료되었고 머지 않아 미국으로 출장을 갈 예정이기 때문에 비자를 갱신해야 했습니다.

왼쪽에 예전 여권, 오른쪽에 신형 전자여권

그 동안 준비과정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2006년에 "전자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신청서 (DS-156과 157)를 내려받을 수 있고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예약할 수 있었다는 점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적고 있는 현재는 신청서가 DS-160으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사진을 포함한 모든 내용을 온라인으로 입력할 수 있게 되어서 신청서 전체가 아닌 "확인서"만 출력해서 가져오기만 하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수료 지불 과정도 간소화되었습니다. 인터뷰 수수료와 처리 수수료를 따로 받지 않고 처리 수수료 하나에 통합되었으며, 기존의 은행 지점 방문 입금 말고도 자동 생성되는 유일한 계좌번호 겸 지불 증명번호에 온라인 입금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총 소요비용은 B1/B2 비자의 경우 $112에서 $160으로 늘어났더군요.

수수료 입금 및 신청서 작성이 완료되면 인터뷰 예약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비자를 갱신하는 경우 인터뷰 면제 프로그램 (IWP) 대상자가 되는 듯 싶더군요. 덕분에 인터뷰 예약 페이지에서 IWP 대상 확인을 위한 몇 가지 질문에 답하고 나니 드롭박스(drop-box) 서비스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양로지스 및 한진택배 나주지점

여기서 말하는 드롭박스 서비스란 필요한 각종 서류 (여권, 확인서 등)를 계약된 배송업체 (이 경우 일양 로지스) 지점에 제출(drop)하면 추가비용 없이 대사관으로 배송되는 제도입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작은 도시 (나주시)에도 해당되는 지점이 있던 관계로 한 번 찾아가보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보시듯이 예상대로 제법 소박하기도 했고 근무하던 직원도 이런 제도의 존재 자체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이런 걸 신청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었나 봅니다. 그 직원은 본사에 전화해서 절차를 안내받고서야 제가 가져온 서류들을 접수하고 빠른 시일 내에 보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실제로는 그 날 출발하지 못하고 3 영업일 정도 지나서 처리가 되었는데, 본사에서 보내주는 특별 포장에 넣어서 보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자 신청이 거절되었습니다 - 재신청하려면 지문이 필요합니다"

보냈던 서류는 대사관에 도착하고 이틀 뒤 저에게 되돌아왔습니다. 비자가 같이 온 줄 알았는데 사실은 위와 같은 초록색 거절 서신이 들어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완전히 거절당한 것이 아니라 절차를 마무리짓기 위해 대사관에 방문해서 지문을 등록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2012년에 미국 방문 당시에 분명히 열 개 손가락의 지문을 모두 스캔한 적이 있었다 보니 좀 고개가 갸우뚱 하게 되더군요. 데이터베이스에 지문이 이미 있지 않았나? 상황이 어찌 되었든 간에 일단 대사관에 재빨리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서울 주한미국대사관의 비자 신청자용 출입구

대사관 출입구는 지난 10년 간 거의 변한 게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줄 서서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는 점 정도만 달랐습니다. 보안 절차도 그대로라서 휴대전화나 전자기기는 보안지점 뒤로 지참할 수 없었고, 2층으로 올라가서는 거의 즉시 지문을 스캔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과거에 미국에 입국하면서 지문을 스캔했더라도 이와 무관하게 대사관에서 최소한 한 번은 스캔을 해야 하더군요. 이번에 했으니 10년 뒤에는 이렇게 다시 방문할 필요는 없겠군요.

미국 비자 갱신 신청이 승인되었습니다

다음 날 온라인으로 비자 신청상태를 확인해보니 다행히 "발급됨"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비자가 부착된 여권이 며칠 내에 도착할테고 곧 있을 출장 준비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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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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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작성일: :

안녕하세요 , 궁금한 질문이잇는데요, 혹시 서류 제출하실때 통장잔고서나 소득증명서등 재직증명서.. 이런 서류도 같이 동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Wesley 작성일: :

비자 갱신하면서 말씀하신 추가 서류는 요구사항에 없었으며 제출하지도 않았습니다. 참고가 되셨길 바랍니다.

이요섭 작성일: :

많은 도움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JHL 작성일: :

ISSUED 된 다음의 배송조회는 혹시 어떻게 되나요?

Wesley 작성일: :

따로 송장번호 안내는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저 메시지를 확인하고 사흘 후 도착했습니다.

JKJ 작성일: :

안녕하세요! 같이 구비해야하는 서류들중에 인터뷰 면제 확인서도 있어야 하던데 링크를 따라가면 인터뷰 예약 확인서만 있을 뿐 면제 확인서는 없더라구요. 면제 확인서는 일양택배사 가서 직접 접수해야 하나요??

Wesley 작성일: :

링크를 따라가 보시면 비자 신청 과정 중 이렇게 안내가 중간에 나옵니다.

"7 단계:면접없이 서류전형으로 비자 신청자격이 되는지 확인하려면 아래 질문에 답하십시오.

이번 단계 (7단계) 에서는 인터뷰 면제 프로그램(Interview Wavier Program)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인지를 결정하기 위하여 신청자가 질의사항에 응답하시도록 되어 있습니다. 질의사항 응답 결과에 따라 인터뷰 면제 프로그램 자격조건을 충족할 경우, 비자 인터뷰를 예약하실 필요 없이 서류 전형(dropbox service)으로 서류만 제출하시면 됩니다. 질문을 신중하게 읽어 주시고, 정확하게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페이지의 지시대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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