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슬리의 툴박스

수집한 아이폰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상자와 함께 위와 같이 펼쳐 놓아보면 기술의 진화를 한 눈에 볼 수 있지요. 여기서 모든 게 그렇듯이 오래된 기기들은 더 이상 제조사의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맨 위의 아이폰 3대는 더 이상 앞 숫자가 올라가는 iOS 버전 업데이트를 받지 못해 자신들의 시간 안에 갇혀 버렸습니다. 이 모임에 새로 가입한 기기가 iOS 9.3.5으로 마감한 아이폰4S입니다. 내년이 되면 아이폰5가 가입하지 않을까 예상하는데, 아이폰5C와 함께 마지막으로 남은 32비트 아이폰인데다 iOS 10에서 64비트가 아닌 앱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OS 업데이트를 받거나 말거나,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기들은 잘 작동하는 상태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연례행사 격으로 꺼내서 테스트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아이폰5에서 7까지가 iOS 10.0.1을 돌리고 있었고, 4S, 4, 3GS는 각각 9.3.5, 7.1.2, 6.1.6이 탑재되었습니다. 지난 해에는 아이폰4S에서 6S 플러스까지 9.1을 돌렸지요. 이제 부팅 시간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새 OS의 무게에 눌린 오래된 기기가 아닌 이상, 좀 더 새로 나온 기기일수록 부팅 시간이 빠른 편이었습니다. 아이폰7의 경우는 이상하게도 직전 모델보다 부팅이 느렸는데, 반복적으로 해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당 기기에 아주 큰 256GB 저장공간이 탑재되어 있어서 부팅 중 시스템이 무결성 검사를 한다고 시간이 더 걸린 것은 아닌가 하고 추측해 봅니다.

지난 해와 올해 측정한 부팅 시간을 비교해 보면 이렇습니다. 새 OS를 받은 기기들은 대체적으로 작년에 비해 부팅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신기한 사실은 작년에도 최신 기기가 가장 빠른 부팅 시간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부팅은 최적화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나 보지요.


이제 홈 버튼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동그란 버튼은 아이폰의 모양새와 기능에 있어서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믿음직스럽게 물리적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기계적 특성 때문에 오래 사용하다 보면 망가질 여지가 있었습니다. 저도 오래된 아이폰에서 홈 버튼이 제대로 눌리지 않는 것을 종종 보았지요. 애플은 이 문제를 완화하고 내수성도 향상시키기 위해서 아이폰7 시리즈부터 홈 버튼을 제 위치에 고정시키게 되었고, 이제 버튼이 아래로 눌리지 않습니다. 대신에 탭틱 엔진(Taptic Engine)이 버튼 표면에 특정 진동 패턴을 일으켜서 클릭하는 느낌을 흉내냅니다.

이에 대한 저의 인상을 말씀드리면, 홈 버튼을 누르는 느낌보다는 맥북에 탑재된 애플 터치패드를 누르는 느낌이 재현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홈 버튼이 아닌 아이폰 아래쪽 부분 전체가 눌리는 것과 같은 기분이 났습니다. 그동안 아이폰을 오래 사용했기 때문인지 이런 감촉에 적응하는데 며칠이 걸리더군요. 눌리는 느낌이 나는 강도는 가장 세게 설정했는데 (위에 보시는 화면에서 3번째 옵션) 클릭이 뚜렷하고 무게감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적응이 끝나고 나니 예전과 같이 별 생각 없이 홈 버튼을 쓰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버튼 누름은 터치스크린과 같이 정전식으로 감지한다는 점은 알고 계셔야 합니다. 손톱이나 피부와 유사하지 않은 물체로 홈 버튼을 누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터치ID로 잠금해제를 하지도 않고 손가락이 아닌 것으로 홈 버튼을 누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습관을 바꿔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처럼 터치ID를 쓰고 있다면 물론 상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터치ID 지문인식 센서의 성능도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이 기능은 벌써 4세대 째인데, 이미 지난 해 버전이 꽤 빠른 것으로 간주되었지요. 그럼 아이폰7은 어떨까요?


심지어 그보다도 더 빨랐습니다. 아이폰7은 화면이 켜지기 시작하고 불과 0.1초만에 잠금해제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사실상 순간적이라고 할 수 있고 직전 모델보다도 2배 가량 빠른 수준입니다. iOS 10 업그레이드 후에도 6 플러스와 6S 플러스는 비슷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아이폰5S는 오히려 속도가 향상되어서 이번 결과에서는 6 플러스와 비슷하게 된 듯 합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아이폰7의 잠금해제 성능은 매우 인상적이고, 부팅 속도는 그저 그랬습니다. 이제 막 시작이니 계속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