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7 플러스의 망원 카메라 성능 살펴보기

아이폰7 시리즈의 한국 출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을 기준으로 1주일 후인 10월 21일로 다가옴에 따라 아이폰7과 7 플러스가 어떻게 다른지 저에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두 기종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생한 차이 (화면 해상도, 무게, 배터리 등)를 제외하면 카메라가 여전히 주요 차별점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전에는 플러스 기종만 광학 손떨림 방지 (OIS) 기능을 탑재했지만 올해는 작은 쪽도 포함이 되었습니다. 대신에 플러스에는 2배 광학 줌을 구현하는 망원 카메라 모듈이 추가되었지요. 당연히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아이폰7과 7 플러스에 탑재된 광각 카메라는 동일한 모듈입니다. 추가 카메라가 정말로 필요한지 궁금하시면 계속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폰7 플러스 카메라의 선명도 - 야외(왼쪽)와 실내(오른쪽)에서, 광각(위)과 망원(아래) 카메라로 찍은 결과

원본 사진 ISO 셔터 속도
광각 - 야외 20 1/2740
망원 - 야외 20 1/1140
광각 - 실내 20 1/879
망원 - 실내 20 1/372

충분히 밝은 환경에서는 망원 카메라에서도 매우 우수한 사진이 찍힙니다. 당겨 찍어 더 섬세한 모습을 포착해낼 수 있지요. 야외에서 이것저것 찍으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저런 한계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폰7 플러스 카메라들로 가장 가까이 찍은 접사 사진 - 광각은 8.5cm에서(위), 망원은 28cm에서(아래)

원본 사진 ISO 셔터 속도
광각 25 1/40
망원 64 1/60

일단, 너무 가까이 있는 피사체는 찍을 수 없습니다. 카메라에 망원 렌즈 달고 찍어본 분이라면 전혀 놀랍지 않은 사실이지요. 초점거리가 길 수록 최단 촬영거리도 멀어지게 마련입니다. 광각 카메라는 8.5cm까지 접근해도 초점을 맞출 수 있지만 망원 카메라는 28c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접사 촬영을 한다면 항상 광각으로 찍어야 하는 것이지요.

아이폰7 플러스 카메라의 잡티 정도 - 광각(왼쪽)과 망원(오른쪽)

원본 사진 ISO 셔터 속도
광각 - 서랍 40 1/120
망원 - 서랍 64 1/60
광각 - 연필깎이 25 1/30
망원 - 연필깎이 125 1/60
(번역 중)
잡티(노이즈) 문제도 있습니다. 망원 렌즈의 조리개 값은 f/2.8인데, f/1.8인 광각 렌즈보다 들여보낼 수 있는 빛의 양이 절반도 안됩니다. 그러므로 실내에서 망원 카메라로 찍게 되면 더 높은 ISO 설정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져 잡티도 늘어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망원 카메라로 찍어보면 비교적 낮은 ISO로 찍혔더라도 광각 카메라보다 더 거칠게 나오더군요. 광각 카메라 측 잡티 제거 알고리즘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작동해서 그런 듯 합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두 카메라의 촬영 스타일이 다르다는 건 분명히 느끼게 됩니다.

아이폰7 플러스 카메라의 감도 - 광각(위)과 망원(아래)

원본 사진 ISO 셔터 속도
광각 125 1/4
망원 1250 1/60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는데, 기본 설정 상 저조도 환경에서의 감도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여러 번 시험해본 결과 ISO 설정은 최고 1250까지 밖에 안 올라가고 (광각 카메라는 1600, 예전 아이폰 카메라는 2000까지 가능) 셔터 속도는 최저 1/60초 까지 밖에 안 내려갑니다 (기본 앱에서 다른 아이폰 카메라는 1/15초까지 가능). 만약 별도의 카메라 앱을 쓸 경우 강제로 1/4초까지 내릴 수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어두운 곳에서 찍기 적절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셔터 속도가 기본적으로 높게 제한을 둔 이유는 카메라 떨림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게 가장 유력합니다. 광각 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OIS도 적용되지 않았고 렌즈도 "어두운" 관계로 느린 셔터 속도에서는 훨씬 안 좋은 결과를 냈겠지요.

지금까지 본 이런 한계 때문에 기본 카메라 앱은 사용자가 2배 줌 설정을 선택했을 때 일종의 요령을 피웁니다. 망원 카메라를 써도 괜찮은 환경에만 실제로 망원 카메라를 쓰는 것이지요.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면 광각 카메라로 찍은 뒤 디지털 줌으로 늘려놓은 결과를 저장합니다. 만약 피사체가 너무 가까이 있거나 방이 너무 어두울 경우 망원 카메라로 찍으면 훨씬 안 좋게 나올 것이 뻔하므로 망원 카메라로 안 찍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용해보면 아주 매끄럽게 전환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카메라 전환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쓸 일이 없습니다. 나름 머리를 잘 쓴 것이지요. 그래도 무조건 망원 카메라로 찍고 싶다고 한다면 아이폰7 플러스를 지원하는 카메라 앱 중 일부가 그런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망원 카메라의 역할을 종합해보면 주연이자 스타인 광각 카메라를 잘 보조해주는 조연 정도가 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야외에서 사진 찍는 도중 재빠르게 당겨 찍고 싶을 때 가장 유용한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시간이 갈 수록 망원 카메라의 역할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람이 가진 두 눈이 하는 것처럼 바라보는 장면의 깊이를 인지하는데 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를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iOS 10.1에서 곧 선보일 인물사진(Portrait) 모드인데, 배경 부분을 인식한 뒤 흐리게 처리함으로서 아웃포커싱 효과를 줍니다. 또 다른 응용분야는 3D 사진으로, 이미 몇몇 별도 카메라 앱에서 구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만약 아이폰에서 최고의 카메라 기능을 누리고 싶다면 아이폰7 플러스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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