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킷으로 220V 전원과 조명을 제어하기
작성자: Wesley 작성일:홈킷 스마트 전원 플러그 - 엘가토 이브 에너지(Elgato Eve Energy) 유럽판(EU), 쿠긱 P1(Koogeek P1), 엘가토 이브 에너지 미국판(US), 인시피오 커맨드킷 스마트 콘센트(Incipio CommandKit Smart Outlet) (왼쪽에서 오른쪽 순)
가정용 전원이 220V인 국가에서 전원 플러그/콘센트나 조명 스위치와 같이 전원 제어와 관련된 홈킷(HomeKit) 장치를 고르려면 다소 까다롭습니다. 출시 제품 상당수가 120V를 쓰는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중 전압(프리볼트) 지원을 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부 장치는 해당 사항을 고지하고 있지 않더군요. 필립스 휴(Philips Hue) 전구의 경우 미국 버전은 110-130V, 한국 버전은 220-240V용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 110-240V 지원이 됩니다.
220V 시장에 맞춰 출시하는 제품들의 수는 늘고 있지만 아직 적은 편이다 보니 220V 지원이 확실한 제품을 뒤져서 골라내보기로 했습니다. 전원 플러그의 경우 엘가토(Elgato), 쿠긱(Koogeek), 인시피오(Incipio)에서 출시한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되었으며 아이디바이스(iDevices)에서 출시한 제품군은 120V 전용인 것으로 표기 및 확인되었습니다.
위에 보시는 스마트 전원 플러그는 모양이 어떻든 간에 모두 다중 전원 지원이 됩니다. 이 중 유럽판 엘가토 이브 에너지가 가장 작은 점이 흥미로운데, 덕분에 꽂은 위치 바로 옆 콘센트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미국판 이브 에너지와 쿠긱 P1은 이보다 크다 보니 위쪽이나 아래쪽 콘센트가 막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시피오의 계량 기능 탑재 커맨드킷 무선 스마트 콘센트(CommandKit Wireless Smart Outlet with Metering)는 이름의 길이 못지 않게 다른 제품보다 길고 큽니다. 참고로, 인시피오 제품들이 유일하게 홈킷 연결에 문제가 있습니다. 연결 과정은 2번 시도해야 성공하고, 이후에도 기기 탐색창에 유령 기기 항목을 재부팅 전까지 남겨놓게 됩니다.
엘가토 이브 에너지 스마트 전원 플러그는 지역 특화 버전이 가장 많은데, 미국(US), 유럽(EU), 영국(UK), 호주(AU) 버전이 있습니다. 모두 100-240V, 50/60Hz 지원을 하고 있지요. 앱 내에서 제공하는 에너지 사용량 관리 기능 또한 동종 제품 중 가장 뛰어난 축에 속합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는 이 제품군 위주로 설치를 했습니다. 유럽판은 독일에서 주문했지만, 미국에서 물건을 상당히 많이 구입하는 편이라 미국판 플러그도 집에 몇 개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판 이브 에너지는 정격 허용출력이 120V 15A / 1800W이지만 최대 220V 10A / 2200W인 에어컨을 감당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아무런 문제 없이 지속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제대로 된 어댑터를 쓸 경우 정격 허용출력이 220V 11A / 2500W인 유럽판 대신 사용해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덮개를 열어 내부를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릴레이와 같은 주요 부품들이 이 정도의 전압과 전류를 감당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지역 특화에 상관 없이 기본 회로 설계는 비슷할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제가 구입한 스마트 전원 플러그 모두 일종의 전력계량 기능을 앱에서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인시피오 커맨드킷 앱이 제일 단순해서, 현재 전력소비량 정도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앱 자체도 쓰기가 매끄럽지 못했고 홈킷 기기 상당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쿠긱 홈 앱은 이보다 수준이 높았습니다. 현재 소비량 정보는 물론 과거 사용량 데이터까지 잘 정리해서 볼 수 있었지요. 하지만 실망스러운 부분도 몇 군데 있었습니다. 일일 사용량 정보는 최대 과거 2개월까지만 조회가 가능했고 이를 외부로 불러내서 저장하는 기능이 없었습니다. 앱의 기본 화면에는 API가 허용하는 한 집 안의 홈킷 장치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표시해 주었지만 기기 별로 합쳐 보여주는 형태가 아니다 보니 다소 난잡해 보였습니다.
엘가토 이브 앱은 비교한 앱 중 가장 설계에 공을 들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집안 홈킷 기기의 상태 표시 방법은 단연 으뜸이었고 기본 홈(Home) 앱을 대체해도 좋은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실시간 전력소비량 정보도 조회가 가능하지만 과거 데이터를 보여주는 부분에서 진가를 발휘하더군요. 개별 데이터는 10분 단위로 기록되어 조회할 수 있으며 스프레드시트(엑셀 파일) 형태로 외부 앱이나 서비스 등으로 내보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래프는 시간, 일, 주, 월 단위로 설정해서 표시할 수 있습니다. 기록 단위가 세밀한 편이므로 앱을 정기적으로 실행시켜 기기에서 데이터를 불러올 필요가 있습니다. 엘가토 측에 따르면 기기 내부에는 최대 3주 어치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스마트 전원 플러그의 원래 소매가격은 미화 $40에서 $50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중 인시피오 제품은 인터넷에서 가장 심하게 할인판매를 하고 있어서 대부분 $20도 하지 않습니다. 덩치도 크고 기능도 단순한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쿠긱 P1도 할인되어서 $30 정도에 팔리는데, 이는 더 최근에 나온 P2의 영향을 약간 받은 듯 합니다. 현 시점에서 P1은 가격과 성능 차원에서 비교적 균형이 잘 잡힌 기기라고 생각합니다. 엘가토 이브 에너지는 거의 할인이 안되는지라 가장 비싼 수준인 $50 내외로 팔리는 중이지만 비싼 만큼의 값어치는 할 것입니다.
조명 스위치로 넘어가보면, 기존의 스위치류 제조사들과 신흥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이 각자 제품을 내놓는 형국입니다. 일부는 조광(디머) 기능이 있고 일부는 홈킷 연동을 위해 별도 허브가 필요합니다. 집안 일반 조명들은 밝기 조절이 안되니 조광 기능은 필요가 없었고 허브를 추가하는 것은 부담이 되었던지라, 직접 연결이 가능하고 단순 켜기/끄기 기능만 있는 제품에 집중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일부 조명은 277V를 쓰는데, 3상 480V에서 단상을 뽑았을 때 나오는 전압입니다. 만약 스위치가 277V를 지원한다면 내부 회로의 허용 전압 범위가 넓을 것이므로 220V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홈킷 지원 조명 스위치로는 레비톤(Leviton) DH15S-1BZ와 아이디바이스 벽면 스위치(iDevices Wall Switch) 등이 있습니다. 쿠긱 스위치 제품군(1구 스위치 KH01, 2구 스위치 KH02 등)은 공식적으로 120V만 지원하지만 일반 사용후기에서 220V에서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엘가토 이브 조명 스위치(Elgato Eve Light Switch)도 써보고 싶었지만 제조사가 120V 전용인 점을 확인해서 포기했습니다.
결국 저는 레비톤 스위치를 먼저 사게 되었습니다. 아이디바이스 제품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지요($100 대 $45). 나중에야 쿠긱 스위치가 220V를 지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때 개별 정상 가격 $48에 기간 한정 할인을 적용받아 2구 버전을 몇 개 구입했습니다. 두 제품군 사이에서 눈에 띄는 형태의 차이로는, 레비톤 제품이 "데코라(Decora)" 스타일의 표준 벽면 덮개를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쿠긱 제품은 자체 제공 덮개만 사용이 가능하며 표준 덮개를 설치하기 위한 나사 구멍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제품을 연달아 2개 이상 설치하려고 할 경우 알맞는 덮개가 있지 않을테니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스마트 조명 스위치를 설치하기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는 중성선(N선, neutral wire)의 존재인데, 스위치 자체도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필요합니다. 허나 스위치함 대부분이 이를 생략하고 활선과 조명 연결선만 넣어두어 스위치가 단순히 둘을 잇거나 끊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집안에 내장된 삼성 스마트홈 시스템이 제어하는 스마트 조명 스위치 2개에는 중성선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교체할 때에는 기존 스위치를 빼고 그 자리에 새 스위치를 넣기만 하면 되어 작업이 수월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나머지 스위치함들은 중성선이 없었으므로 이를 추가할 방인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천장에서 나오는 전선에 추가 전선을 2개 이상 묶은 뒤 스위치함에서 해당 전선을 당겨서 추가하는 방법을 시도해 보있는데, 전선이 움직일 생각을 안 했습니다. 벽 안쪽 어디선가 전선이 묶여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있기 때문에 손상을 무릅쓰기 보다는 천장과 벽을 따라 흰 전선을 깔아두는 쪽으로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설치한 중성선이 스위치 오른쪽 아래로 들어오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문제는 방에 천정조명이 3개씩 있으며 이를 원래 2구 스위치로 제어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스위치가 조명 2개를 켜고, 다른 스위치가 나머지 1개를 켜는 식이었지요. 그런데 홈킷 조명 스위치 대부분이 레비톤을 포함해서 1구 스위치로만 출시되고 있는 실정이라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했습니다. 스마트 스위치는 조명 전원 전체를 제어하되, 개별 조명의 점등 유무는 수동 스위치를 2개 추가하여 조절할 수 있도록 개조했지요. 썩 우아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복잡한 문제는 쿠긱 2구 스위치를 확보하자마자 정리가 되었습니다. 쿠긱 측이 다중 전압 지원을 좀 더 명확하게 알려주어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좋았겠지만 아마 규제나 인증 관련 문제가 엮여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설치 도중 스위치 본체가 스위치함 안으로 함몰되어 벽면 덮개를 제대로 끼울 수 없는 비교적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가장자리에 지지 플라스틱을 덧대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레비톤과 쿠긱 스위치 모두 홈킷의 기본 연결 절차대로 손쉽게 사용 설정할 수 있었고 아이폰에서 보낸 명령에 즉각 반응했습니다. 레비톤의 데코라 스마트홈(Decora Smart Home; 한국 앱스토어에는 없어서 미국 계정으로 받음) 앱을 통해 표시등의 작동 방식을 바꿀 수 있었고(스위치가 켜질 때 또는 꺼질 때 표시등이 켜지도록 하거나 계속 꺼져있도록 설정 가능) 어떤 종류의 조명이 설치되어 있는지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자는 작동에 딱히 영향을 주는 바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반면, 쿠긱 홈 앱은 표시등 작동을 제어하는 기능이 없는 대신 전력 사용량 측정 기능은 잘 작동했습니다.
정리하면, 표준 벽면 덮개가 필요하고, 1구 스위치로 충분하며, 3로 스위치 기능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레비톤 스위치가 적절합니다. 이외의 경우는 쿠긱 스위치를 적극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2구 스위치 버전이나 전력 사용량 측정 기능은 다른 업체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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