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스오로라 스마트 조명 사용기

피에스오로라 스마트 전구 - 7.5W 볼형 버전

대한민국의 LED 조명 및 전원공급장치 제조회사인 파워실리콘(주)은 작년 말 자사의 피에스오로라(PSAurora) 브랜드를 통해 스마트 조명 사업을 본격화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신제품 홍보를 위해 스마트 조명 체험단을 모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마침 저는 치열해지는 스마트 조명 시장에서 이 제품들의 성패 여부가 궁금했던지라 참여 요청을 했습니다.

체험단 선정이 되고 기다려 보니 제품 2종이 택배로 왔습니다. 볼형 버전의 스마트 전구(Smart Bulb)와 휴대하기 편한 스마트 포터블(Smart Portable)이었는데, 둘 다 스마트폰과 저전력 블루투스(BLE) 통신으로 연결하여 전용 앱에서 제어할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피에스오로라 스마트 포터블 - 3W 휴대용 램프

각 조명은 영어로 된 제품 소개와 기본 사용법이 적힌 종이 상자에 담겨져 왔습니다. 상자 안에는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1장짜리 영어/한국어 사용설명서가 들어있었습니다. 조명 재질은 플라스틱 위주였지만 가볍거나 조잡한 느낌이 나지 않고 마감도 잘 되어 있었습니다.

일단은 기본적으로 설치하고 사용하는데 필요한 모든 요소(앱 설치 및 제어 포함)가 잘 갖춰져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더 자세히 살펴보니 개선할 여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조명의 기능은 제품 상자에 영어로 적혀 있습니다

제품 소개와 설명이 영어 위주로 된 것이 눈에 띄었는데, 아마 해외 판매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 마저도 영어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국제무역에 촛점을 맞추고 있음이 짐작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된 영어에서 어색한 번역의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단적인 예를 하나 짚자면, 오른쪽에 있는 스마트 포터블 상자에 적혀있는 "How to Use(사용법)"의 Step 4를 보시기 바랍니다. "Renton mode"라고 되어 있는데, "Lantern mode"를 잘못 쓴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설정에서는 전구가 최대 밝기로 켜지더군요. 구글번역기에 "랜턴"을 오타 낸 "렌턴"을 입력해 보면 "Renton"으로 번역이 됩니다. 이런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드러나는데, Step 1에 적힌 "Bluetooth mode using"은 "블루투스 모드가 사용하여"라는 어색한 표현이 되고, Step 3에서 "More code"는 모스 코드(Morse code)의 오타로 보입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회사에 전문 영어 번역가 또는 감수자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방치하면 해외에서 놀림감이 될 것이 분명하므로 향후 대량 수출을 하기 전에 수정할 방안을 마련하기 바랍니다.

스마트 포터블 아랫부분에 걸이용 고리와 전원/모드 버튼이 있습니다

제품을 직접 써보면 사용법이 어색한 영어로 되어 있어도 내용을 유추하기 어렵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스마트 포터블은 아랫부분에 전원과 모드를 모두 제어할 수 있는 버튼이 있는데, 한 번 누를 때마다 4개의 모드가 순서대로 활성화됩니다:

1) 블루투스 제어 모드
2) 비상 모드 1 - 색상 깜빡임 (다양한 색상을 빠른 속도로 순환)
3) 비상 모드 2 - 모스 코드 (따뜻한 흰색에 최대 밝기로 전구가 점멸을 반복)
4) 랜턴 모드

4가지 모드 설정 모두 잘 작동을 했지만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때에는 1번 모드로 반드시 설정해야 하더군요. 다른 모드에서는 전구 색상이 서로 섞이게 되면서 이상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 조명에는 제어 버튼 외에도 2가지 편의 기능이 더 있었습니다. 하나는 걸쇠 등에 전구를 걸 수 있도록 하는 수납형 고리이고, 다른 하나는 내장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쓰는 마이크로USB 포트입니다. 진짜 랜턴처럼 천장에 걸 수도 있고 스마트폰 충전기로 바로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은 휴대용 기기로서의 유용성을 배가시켜 줍니다.

MagicLight BT 앱을 사용하면 아이폰에서 조명을 찾아(왼쪽) 그룹에 넣고(오른쪽) 조작할 수 있게 됩니다

피에스오로라 스마트 전구에는 이러한 제어기능이 없고 통상적인 전구 소켓에 설치해야 하므로 그냥 연결하면 일반 전구와 같이 작동합니다. 제 기능을 모두 활용하려면 (물론 이 점은 스마트 포터블도 마찬가지) 전용 스마트폰 앱을 실행해야 합니다. 상자와 설명서에 기록된 안내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아이폰)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안드로이드폰)에서 "PSAURORA", "Smart Aurora", 또는 "Power Silicon"으로 검색하면 해당 앱을 찾을 수 있다고 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사용기를 작성하는 도중에는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이 올라와 있었고 앱스토어에는 없었습니다. 문의해본 결과 회사 측은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고, 당분간 다른 회사에서 출시한 호환 앱인 "MagicLight BT"를 사용해 보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 글이 올라온 시점에야 비로소 파워실리콘 측의 공식 앱인 "Smart Aurora BLE_오로라_오로라피에스"가 앱스토어와 다시 올라왔는데, 앞서 언급한 앱과 디자인까지 같은 사실상 동일한 앱이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한국어 지원이 추가되고 애플워치 지원은 빠진 정도였기 때문에 이 사용기에서는 당초 아이폰X에 설치한 MagicLight 앱을 기준으로 평가한 부분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검색 결과 호환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앱과 전구로는 Magic Hue(Zengge)와 Lucero(Lucerotech) 등이 있었습니다. 호환되는 앱이 여러 개 존재한다는 점에서 피에스오로라에 내장된 제어회로가 다른 회사들과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겠군요.

앱 자체에 다시 주목해 보겠습니다. 실행 즉시 주변에 있는 조명이 자동으로 목록에 나타나는데, 만약 기존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이름을 붙여서 등록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전원을 켜거나 끌 수 있도록 그룹으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각 그룹에는 최대 5개의 조명만 추가할 수 있으므로 여러 개 설치해서 쓸 때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앱에서 조명의 색상(왼쪽) 또는 색온도(오른쪽)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조명들은 앱의 능력만큼만 똑똑해질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잘 알듯이 흥미로운 기능이 많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조명이 어떤 색상을 어떤 밝기로 켜져 있기를 원하는지 고를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만약 백색조영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원하는 설정을 발견했다면 최대 5개까지 저장해 놓을 수도 있고요.

애플워치에서 조명의 전원과 밝기를 제어할 수도 있고요

MagicLight BT 앱을 사용할 경우 애플워치로 조명을 제어할 수도 있었습니다. 조명을 켜고 끈다거나 밝기를 조절하는 것은 가능했고 색상 조절은 할 수 없었습니다. 단순한 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충분했습니다. 향후 공식 Smart Aurora BLE 앱에서도 이 기능이 추가되었으면 합니다.

사용자가 지정한 색상으로 켜진 스마트 포터블(왼쪽)과 스마트 전구(오른쪽)

앱에서 설정을 바꾸면 조명에 즉각 반영되었습니다. 색상 재현은 비교적 양호했으나 색온도 조절은 필립스 휴에서 경험한 품질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따뜻한 흰색" 3000K 설정이 가장 보기 좋았고 다른 색온도 설정은 선명도가 떨어졌습니다.

따뜻한 흰색 설정(왼쪽, 7.4W)이 다른 설정(오른쪽, 4.2W)보다 전력을 더 소비합니다

이 차이는 기본 색온도와 사용자 설정 색온도 간 밝기 차이 때문이 아닌가 의심이 가더군요. 그래서 두 설정 차이의 전력소비 차이를 측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따뜻한 흰색 설정에서는 제조사가 고시한 정격 소비전력 7.5W에 근접한 7.4W를 소비했고, 사용자 설정에서는 최대 소비전력이 4W를 약간 넘어섰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조명을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7.5W 전구에는 20개의 LED가 탑재되었습니다 - 15개는 따뜻한 흰색(오른쪽 위), 5개는 총천연색(오른쪽 아래)

전구 안에는 총 20개의 LED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 15개는 따뜻한 흰색만 낼 수 있는 것이었고 나머지 5개는 모든 종류의 색상(RGB)을 낼 수 있었습니다. 색상 LED 자체는 꽤 밝은 편이었지만 다 합쳐도 흰색 LED 15개의 밝기를 낼 수는 없었더군요. 설계 상 가장 밝은 설정은 따뜻한 흰색으로 밖에 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과연 이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까요? 필립스 제품군의 경우 휴 전구는 적색, 녹색, 청색 전용 LED들의 조합을 사용했고 휴 라이트 스트립은 따뜻한 흰색, 차가운 흰색, 천연색(RGB) 등 3가지 LED를 사용한 바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했을 때 피에스오로라 전구에 차가운 흰색 LED가 없었던 점이 흰색 설정에서 색온도를 조절할 때 밝기를 손해본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각종 전구 비교하기 - 피에스오로라 전구들, 시그마LED 8W 전구, 필립스 휴 전구들

이것을 보고 머리 속에는 다음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과연 다른 전구와 비교해서는 얼마나 밝은 것일까? 비교를 하기 위해 필립스 휴 스마트 전구들(화이트 앤 컬러 앰비언스 및 화이트 앰비언스)과 일반 LED 전구(시그마LED 빔(BEAM)-8W)를 준비했습니다.

조도계를 사용하여 각 전구의 조도를 1미터 거리에서 측정했습니다

방 안에 같은 조건을 만들어 놓고 전용 조도계를 사용하여 각 전구의 조도를 룩스(lux) 단위로 측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 제품명 lm [정격] Lux 색온도(K) 전력(W)
파워실리콘 피에스오로라 스마트 전구 600 83 3000 7.4
피에스오로라 스마트 포터블 N/A 43 3000 3.0
필립스 휴 화이트 앤 컬러 800 160 4000 8.6
휴 화이트 앰비언스 806 174 4000 10.2
시그마LED 빔 8W 744 187 6500 8.0
스마트 전구들은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타협을 하는 과정에서 일반 전구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라 비슷한 밝기를 내기 위해 전력을 더 소비하게 마련입니다. 흥미롭게도 피에스오로라 스마트 전구는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많이 뒤처지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전구가 볼형으로 되어 있어서 빛이 다른 각도로 더 분산된 데 따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반적인 전구 모양인 스마트 포터블이 소비전력 대비 양호한 성능을 낸 점이 이런 추측을 뒷받침합니다. 물론 비슷한 전력을 소비하는 다른 전구들 보다 피에스오로라 스마트 전구가 비교적 덜 밝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피에스오로라 전구는 소리에 반응하여 켜지거나(왼쪽) 물체의 색상을 복제(오른쪽)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전구들에 눈길이 간다고 하면 집 안의 주력 조명들을 교체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보조 조명으로 사용할만큼 스마트 기능들이 마음에 드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개인 취향이 중요하다는 뜻인데, 만약 색상 전환이나 번쩍거림을 좋아하신다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탑재되었거나 사용자가 직접 정의한 패턴으로 조명을 깜박이게 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에 있는 마이크나 음악 파일들에서 오는 소리를 가지고 무작위로 깜박이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주변 물체의 색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으면 스마트폰 카메라를 갖다 대어서 조명이 색상을 따라하도록 할 수도 있더군요.

아이들에게는 피에스오로라 스마트 포터블이 재미나는 수면등

음악에 기반한 색상 깜박임은 스마트 포터블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존의 수면등으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능이었던지라 저희 집에서 딱 맞는 용도를 찾은 셈입니다. 내장 배터리가 랜턴 모드로 3시간, 색상 모드로 10시간 정도 지속된다고 하니 아이들이 밤샘 파티를 하지 않는 한 1주일 이상은 충분히 쓸 수 있을 듯 했습니다.

여기서 마무리를 짓기 전에 (가정) 자동화 기능에 대해서 언급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전구들의 최대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자동화 기능이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켜지거나 꺼지도록 프로그램 하는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전원이 계속 공급되고 있는 동안에는 내장 시계에 따라 작동을 하면서 정해진 일일/일주 스케줄에 따라 조명이 켜지거나 꺼지게 되는 것입니다. 원격 조정 기능은 블루투스 통신 거리 내에서만 가능하고(일반적으로 10미터 정도) 허브가 없는 블루투스 방식만 지원하는 한계 때문에 애플 홈킷이나 아마존 알렉사 같은 가정 자동화(홈 오토메이션) 플랫폼과 연계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기능들은 요즘 출시되는 스마트 조명 중 상당수가 지원하고 있으므로 피에스오로라 전구들에게는 분명히 불리하게 됩니다.

이제 총평을 내자면, 피에스오로라 스마트 전구와 스마트 포터블은 다음에 대해 추천합니다:
- 이것저것 시켜보면서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는 보조 조명이 필요할 때
- 자동화된 기상 조명 기능을 포함하는 다양한 기능의 수면등을 원할 때

그리고 다음에 대해 비추천합니다:
- 주력 조명으로 쓰고자 할 때
- 가정 자동화 장치로 활용하고자 할 때

향후 스마트 조명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글이 도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법적 고지사항: 이 글에서 다루는 제품들은 투데이스피피시 제품체험단 참여를 위해 제조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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