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구전기차 에코랠리 경험하기
작성자: Wesley 작성일:대구광역시는 한국 내륙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중 전기차 보급 촉진에 가장 적극적입니다. 시에서 직접 관리하는 충전소망이 지속적으로 뻗어나가고 있음은 물론 연간 구입 보조금 지원 대상 전기차의 수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축에 속합니다. 게다가 2017년부터 매년 전기차 에코랠리를 개최하면서 시민들에게 깨끗하고 효율적인 전기차의 특징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운전 습관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알고 싶었던 저는 작년에 불과 4개월의 전기차 운전 경험을 안고 나주에서 2시간 반이나 운전을 해가며 이 대회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당시 중간 정도의 순위를 기록했는데, 더 나은 기록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력을 열심히 닦아 올해 다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각 차량 모델 별로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참가하는 차들은 모델에 따라 별도의 그룹으로 묶였습니다. 한 그룹에는 최소한 4대가 참여해야 연비 순위를 매겼는데, 올해는 각각 14대가 참여한 코나(A그룹)와 니로(B그룹), 그리고 각각 9대가 참여한 아이오닉(C그룹)과 볼트EV(D그룹) 등 총 4개 모델이 해당되었습니다. 다른 모델들은 비경쟁 참여를 했으며, 총 참여 대수는 56대로 집계되었습니다.
랠리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전하기 위해서는 에어컨이나 위성 내비게이션 화면 같은 편의기능을 꺼서 에너지를 아끼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면 타고 다니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점을 작년 우리 가족이 직접 느껴본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대회에 세린이가 여전히 아빠와 함께 출전하고 싶다고 해서 인간 내비게이션 역할을 맡겼습니다. 혼잡한 대구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한 것이 얼마나 크게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참여 대상 차량들은 10시 30분 전까지 각 그룹의 지정 위치에 주차가 완료되도록 안내가 되었으며, 운전자들은 바로 이어서 하는 안전교육에 참가했습니다. 내용은 대체로 유익했으나, 현대기아차 측 인원이 발표하게 된 관계로 내용이 해당 회사 차량에 치우친 편이기는 했습니다. 교육이 끝난 후에는 대구광역시의 전기차 충전시설과 관련된 현황 보고가 뒤따랐습니다.
파워포인트 자료 감상이 다 끝난 정오 경에 점심 부페 식사가 대접되었습니다. 이윽고 오후 1시 쯤 되니 출발 관문 옆 무대에서 공식 개회식이 거행되면서 부시장의 개회사를 비롯하여 올해의 전기차 충전기 서포터 위촉식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약 20분 후 주요 이벤트인 전기차 에코랠리를 실시하기 위해 의자가 옆으로 치워졌습니다. 시작 위치에서 대기하던 차들은 하나씩 관문을 통과하여 50분에서 120분 사이에 완료해야 하는 18km 거리의 주행을 시작했습니다. 만약 4개의 인증구간 중 최소 3개를 통화하지 못하거나, 지정된 시간 범위 내에 돌아오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탈락 처리가 되었습니다.
인증구간을 통과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천천히 진입하여 기록관이 확인할 수 있도록만 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올해 랠리가 펼쳐진 구간이 차량들로 가득차 있다 보니 경로 유지를 하면서 효율적인 속도를 내려고 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적인 전기차의 최적 속도는 40~50km/h 정도이지만 실제 교통 흐름은 이것보다 빨라질 일이 거의 없었던 것입니다. 몇 분 씩 빨간 신호등에 걸려서 꼼짝도 못 하고 있던 경우가 허다해서 제 시간에 돌아오지 못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세린이의 도움 덕분에 정해진 경로를 완벽하게 따라갈 수 있어 효율 저하나 시간 낭비는 없었습니다.
결국 약 30분 정도를 남기고 돌아오는데 성공했습니다. 주행 결과 9.1kWh/100km(11.0km/kWh)라는 괜찮은 기록이 나왔습니다. 수치가 낮을 수록 좋기 때문에, 도착 직후 멈추면서 9.0이 나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9.1로 바뀌는 것을 보고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최종 순위표를 확인해보니 저는 다른 두 사람과 함께 공동 2위였고 최고 수치는 8.6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것은 2019년형 차량의 결과였는데, 해당 연식부터는 km/kWh 단위로 표기하기 때문에 실제 수치는 11.6에 해당되었고 사실은 앞서의 3명이 1위를 다투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본 행사는 효율적인 운전만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4개의 미션을 수행하여 점수를 딸 수 있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위에서 보시는 미션은 발로 신발을 던져서 가운데 원에 최대한 가깝게 착지하도록 하는 것으로, 최대 5점까지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미션도 어느 정도 재주와 운이 따라줘야 했으며 이론적으로 최대 30점까지 올릴 수 있었습니다. 세린이가 모든 미션을 하도록 허락한 결과 16점으로 마무리 지었는데, 괜찮은 점수였으나 아쉽게도 상품을 탈 수 있는 수준에는 다소 모자랐습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가 26점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회가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서 주최 측은 무대 앞으로 사람들이 돌아와 앉게끔 하기 위해 OX퀴즈를 한 판 실시했습니다. 퀴즈가 끝난 후 시상식이 열렸는데, "테마상", "미션상", "연비상"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테마상 부분에서는 말 그대로 다양한 주제에 맞는 상을 주었는데, 가장 멀리서 온 사람(네, 이것으로 상 받았습니다)부터 최고령/최연소 참석자까지 여러가지였습니다. 미션상에서는 미션 점수를 가장 많이 딴 10명에게 상이 돌아갔습니다.
연비상의 경우 A와 B그룹의 경우 1위에서 4위까지, C와 D그룹의 경우 1위에서 3위까지 시상했는데, 대략 상위 30%에 해당되었습니다. D그룹(볼트EV)에서 주최 측이 연비 수치를 해석하는 방법에 혼선을 빚어 처음에는 가장 연비가 낮게 나온 분들께 시상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이윽고 바로잡혔습니다. 그 결과 우리 가족이 최종적으로 1위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동점자 3명의 순위가 어떻게 판가름 났을까요? 먼저 차량 탑승자 수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 차에는 2명이 타고 있었지만 나머지 두 차에는 각각 1명만 탔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각 차량의 누적 주행거리를 보게 되었는데 여기서는 우리 차가 셋 중에 제일 짧았습니다. 그러므로 만약에 세린이가 저와 함께 차에 타고 있지 않았더라면 3위에 만족해야 했을 것입니다. 돌려 말하면, 대회 우승에 딸아이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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