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짜리 MP3 플레이어 분해하기
작성자: Wesley 작성일:속을 드러낸 모습
("만원짜리 MP3 플레이어"에서 계속됨)
이 싸구려 MP3 플레이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분해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계속 쓸 생각이었으므로 조심스럽게 뜯었습니다. 먼저 작은 금속 볼트 두 개를 푼 다음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고정시키는 플라스틱 갈고리를 움직여서 풀어야 했습니다. 쉽게 부러질까봐 갈고리 움직이는 게 좀 힘들긴 했는데 결국 아무 것도 망가뜨리지 않고 열어서 이렇게 기기 속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윗부분은 플라스틱 외관과 버튼 고무로 되어 있고 아랫부분은 회로와 배터리 수납 공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회로에 달린 버튼은 금속 접지 방식으로, 고무에 달린 혹이 누르는 식이었습니다.
4개의 구성품
4개의 각 부분을 분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디자인을 보면 놀랍게도 공간 낭비가 적습니다.
2층 디자인
제한도니 공간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두 개의 회로판을 샌드위치처럼 붙였습니다. 위쪽은 버튼 기능을, 아래쪽은 나머지 기능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회로에 얹은 메모리
회로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기 위해 SD카드를 위에 얹은 모습을 찍었습니다. 카드 슬롯은 두 회로판 사이에 있으며, 카드를 끼우면 그 속에서 이 정도의 공간을 차지하게 됩니다.
SMD식 LED
버튼 옆에 보면 SMD 방식으로 납땜이 된 LED등이 2개 있습니다. LED 부분 구멍 처리가 허접하긴 하지만 성능에는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조명!
LED가 모두 켜지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파랑색은 MP3 재생 및 파일 전송 상태를 보여주고, 빨강색은 USB 접속 상태와 배터리 부족 경고를 표시합니다.
회로 클로즈업
회로를 들여다보니 재밌는 점을 몇 가지 알 수 있었습니다. 왼쪽 꼭대기에 이어폰 잭 옆에 있는 네모 모양의 칩은 MA8201A-U MP3 디코더 DSP 칩으로, 대만의 MosArt라는 곳에서 생산한 것입니다.
테스트를 해본 결과 이 칩은 320kbps MP3 파일을 제 속도로 재생할 수 없습니다. 피치는 그대로인데, 노래가 길게 늘어져서 원래보다 노래가 느리게 재생됩니다. 제대로 재생이 되려면 256kbps 이하로 인코딩이 되어야 했습니다. VBR (가변 비트레이트) MP3 파일은 정상적으로 재생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이어폰으로 들어본 결과, 음색이 또렷했으며 베이스도 들을만 했습니다. 아무 것도 재생이 안될 때는 미약하게 치익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전반적으로 음질은 제품의 가격 치고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약간 아래쪽에 있는 다른 네모 모양의 칩은 MS66H691이라고 적혀있는데, 부품 관련 웹사이트에 언급은 되어있으나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안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USB 단자 옆에 있는 것으로 보아 USB 저장장치 칩으로 보입니다. PC와 USB 통신을 하고 내부적으로는 플래시 메모리 카드와 통신을 하겠죠.
파일 전송 테스트를 해보니 확실히 이 칩은 리론적인 최대 속도가 12Mbps (1.5MB/s)인 Full-Speed 계열인 것이 밝혀졌습니다. 플래시 메모리 카드로 파일 복사를 해본 결과 약 600KB/s 정도로 측정되었습니다. 파일을 많이 복사해야 할 경우엔 몇 배 더 빠른 Hi-Speed 계열 리더기를 대신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오른쪽 끝에 있는 작은 칩은 RT9262A 스텝업 DC/DC 컨버터로써, RichTek 제품입니다. 이것이 AAA 건전지에서 MP3 칩으로 전력 공급을 합니다. 구동 전압은 1.0V이고 작동 범위는 0.8V ~ 6.5V이며 출력 전압은 3.3V이므로 1.5V 알칼라인 건전지나 1.2V Ni-Cd/Ni-MH 충전지를 모두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Ni-MH 충전지의 공칭전압은 1.2V이지만 완충했을 경우 무부하 전압은 1.4V 이상 나옵니다.
전지 테스트는 번들된 알칼라인 건전지와 산요 900mAh Ni-MH 충전지를 활용했습니다. 번들된 건전지는 재생시간이 4시간을 조금 넘게 버텼는데, 이것저것 테스트하느라 써서 정확한 시간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산요 충전지의 경우 재생 시간은 5시간 40분이었습니다. 일부 쇼핑몰은 5시간, 다른 곳은 8시간의 재생시간을 주장하는데, 한 쪽 주장이 맞다는 것이 대충 확인된 셈입니다. 그렇지만 어떻든 간에 일반적인 MP3 플레이어보다 대체로 적은 재생 시간이라서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 플레이어의 재생 컨트롤은 그다지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전 곡이나 다음 곡을 듣는 기능 외에, 버튼을 길게 누를 경우 '되감기'나 '빨리감기'가 되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무작위(셔플) 재생을 할 수 없고, 디렉터리 인식은 하므로 노래를 디렉터리 별로 묶어서 넣는 건 가능합니다. 재생을 멈추거나, 배터리가 떨어져서 교환한 뒤 다시 재생할 경우 마지막 듣던 곡을 재생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므로 짜증날 수 있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메모리 카드를 활용하는 재밌는 장난감이긴 하지만 가급적이면 '진짜' MP3 플레이어를 사는 게 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