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폭등! 예비율 비상! 그 배경과 문제점
Posted by Wesley on
요즘 폭설과 맹렬한 추위 때문에 전력수요가 무진장 올라간 상태입니다. 언론에서는 전력낭비가 심하다면서 절약을 종용하는 기사도 흘리고 있고요.
하지만 여러분은 전력수요 폭등에도 딱히 뭔가 전기를 쓰는데 느껴지는 게 없을 겁니다. 정전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건 저희 회사에서 전력수요에 따른 공급량을 정신없이 맞춰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잘 되려면 '버퍼'에 해당하는 '예비율'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 예비율이 사상최저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비상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10% 이하로 떨어지면 안 좋게 보는데 어제 6.1%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전력수요 폭등에도 딱히 뭔가 전기를 쓰는데 느껴지는 게 없을 겁니다. 정전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건 저희 회사에서 전력수요에 따른 공급량을 정신없이 맞춰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잘 되려면 '버퍼'에 해당하는 '예비율'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 예비율이 사상최저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비상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10% 이하로 떨어지면 안 좋게 보는데 어제 6.1%까지 떨어졌습니다.
[여기서 잠깐! 예비율이란?]
우리나라 전체에 설치된 발전소의 용량을 다 합치면 '설비용량'이 됩니다. 근데 이걸 한꺼번에 다 가동을 못 시키죠. 고장, 정비 등 때문에 말이죠. 그래서 실질적으로 투입이 가능한 걸 '공급능력'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실제로 가장 많이 썼을 시점인 '최대전력'을 빼면 '공급예비력'이 남습니다. 이 수치를 최대전력의 비율로 나타낸 게 '예비율'입니다.
예비율이 0에 가까워지면, 여러가지 문제가 나타납니다.
원활한 공급이 점점 힘들어집니다. 특히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지요. 전력수요라는 게 현재로써는 수요 측에서 쓰고 싶다고 하면 그대로 무조건 공급 쪽이 맞춰줘야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수요 쪽에서 왕창 전기를 끌어가려고 하면? 예비력에서 바로바로 충당해야 합니다. 간혹 발전기가 작동 이상으로 탈락되는 수도 있는데 이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갑자기 수요가 폭등한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걸 대처하다가 예비력이 바닥나기라도 한다면... 정전이죠.
설령 예비력이 있더라도 지나치게 적으면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납니다. 왜냐하면 송전선에도 용량 제약이 있기 때문이죠. 전력을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래서 예비력의 절대 수치가 커 보여도 (어제 6.1% 예비율은 4199MW로, 표준 원자력발전소 4기 수준) 절대로 얕볼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이 이 문제가 심합니다. 수도권 집중이 가져오는 폐해 중 하나이죠. 여기로 자꾸 몰리다간 공멸하는데. 좀 완화해보겠다고 송전선 깔려고 하면 민원 넣죠. 어쩌라는 건지...
이러한데, 예전에 정동영씨는 예비력이 그냥 '남는 전기' 정도로 착각했는지 이걸 북한으로 송전해주면 어떻겠냐는 말을 꺼낸 적이 있죠? 큰일날 소리입니다. 북한으로의 송전에 대한 어려움은 둘째치고라도 말이죠.
[북한도 220V 60Hz 쓰는데 왜 송전이 어렵나요?]
북한 전력계통이 막장이기 때문입니다. 발전기 로후화, 연료부족, 송전망 고장 등 수요/공급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죠. 전력계통이란 하나의 커다란 회로와 같이 이어지는데 (서울에서 전등 켜신 분과 부산에서 전등 켜신 분이 하나의 회로 상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교하게 수요/공급이 맞춰져야 원활하게 돌아가는 전력계통에 그런 거대한 불안요소를 물리면... 그 날로 한반도 전체가 광역정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력계통을 중간에 DC로 분리했다 다시 물리는 방법이 있으나, 매우 비쌉니다.
예비율이 이런 식으로 떨어지면 '돈'의 문제도 있습니다. 전기 단가가 비싸져요.
우리나라는 일률적으로, 무려 정책적으로 정해진 전기료를 수용가에 물립니다. 그러므로 이걸 피부로 느끼기가 힘들 수 있다보니 가정용은 그걸 좀 느껴보라고 누진제를 도입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실상을 반영하지도 않을 뿐더러, 정작 가장 수요가 많은 건 산업용 등 다른 분야에서 쓰는 전기인데 사람이 사는 집에서 다 고통분담을 하라니 좀 불합리적이죠.
아, 근데 왜 비싸지냐 하면... 전기를 공급할 때 경제원리에 따라 가장 싼 발전기를 먼저 돌린 다음 점차 비싼 발전기를 투입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하죠. 그리고 최대공급능력에 가깝게 수요가 늘수록, 발전 단가는 엄청나게 오릅니다. 전기 품질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단가는 더 비싸지는 아주 멋진 상황이 연출됩니다.
전력계통이 안정적이려면 특정 시간대에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루 내내 평균에 가깝게 균등하게 전력소비가 이루어지면 단가도 싸지고 예비율도 넉넉하게 되니까요. 안타깝게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막무가내로 그냥 절약하라는 구호 이상으로 뭘 하기가 힘든 게 사실입니다. 소비자는 지금 쓰는 전기의 원가가 얼마인지 알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게 되어있기 때문에, 남들 쓸 때 다 쓰게 되어 쏠림현상이 매일 일어납니다. 루진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기서 드러나는데요. 전기 단가의 문제는 사용 총량에 달린 게 아니라 사용 시간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나마 약간이라도 예비율 문제를 해결하려고 든다면, 쏠림현상이 가장 큰 시간대인 11시-12시, 14시-15시 사이의 전력소비를 자제해 달라고 해야지, 그냥 단순히 절전하라고 하면 도움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