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리듬 이런 건 잘 발음하면서?! (두음법칙 딴죽걸기)

웨슬리가 두음법칙 안 쓰는 리유, 그 대표적 리유를 소개합니다.


두음법칙: 첫 소리에 어떤 소리가 오는 것을 꺼리는 현상

두음법칙은 한자 단어에서 적용되는데, 첫 소리에 ㄹ이 오는 단어의 경우 '그 소리가 오는 것이 꺼려'지므로 대신 ㄴ(ㅏ같은 '초출자' 모음과 결합)이나 ㅇ(ㅑ같은 '재출자')으로 바꿔 발음하는 것이지요. ㄴ이 오는 단어 일부(재출자와 결합)가 ㅇ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외래어나 순우리말에는 적용이 안 되는 걸로 압니다.


두음법칙이 말이 안된다고 느끼게 된 건... 바로 이 '꺼리는 현상'이 제 눈에는 직관적이지도 않고 일관적이지도 않아 보였다는 것입니다. 왜래어로써 ㄹ이 오는 발음은 잘들 말 하면서... 리해, 로동 같은 한자 단어들은 뭐가 어렵다고 '이해', '노동' 식으로 바꿔놨냐는 것이지요. '룰루랄라' 발음 쉽잖아요. 태평소의 옛말인 '랄라리' 있습니다. 선조들도 ㄹ이 앞에 오는 단어를 발음하는 데 그다지 불편하게 생각하진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한국을 빼고는 두음법칙을 적용하는 사례도 없다고 합니다.

근처 외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사람들 혀 짧다면서 '리카이', '로-도-' 식으로 잘 발음합니다. 중국사람들 당연히 적용 안 하고 잘 발음합니다. 원래 한자가 거기서 왔는데 정말 그렇게 '어떤 소리가 오는 것이 꺼려'진다면 먼저 적용하지 않았을까 하고 제 짧은 생각이 스치더군요.

한국 사람의 경우만 뭔가 정말 발음이 힘들어서, 즉 그 소리가 오는 게 꺼려져서 두음법칙을 꼭 써야 되는 무슨 근거가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 '발음이 어렵다'고 착각하는 건 그렇게 맨날 발음하지 않아서 어색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지, 언어학적으로 '꺼리는' 현상이 뚜렷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닭과 달걀의 문제로 놓고 보면, 한국의 한글맞춤법이라는 '닭'에 의해 두음법칙이 강제된 환경에서 태어난 '달걀'의 한국 사람들이 그냥 받아들이고, 또 평소 그렇게 발음하지 않다가 발음해보려니 어렵다, 그러므로 두음법칙은 있어야 하나보다 하는 일종의 피드백 루프에 빠진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참, '꺼리는' 현상이 뚜렷하진 않더라도 확실히 그 현상이 없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이 발음 편하게 하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럽게 나오기 마련인데, 그래서 맞춤법 (두음법칙은 1933년 한글맞춤법 제정 때부터 적용됨)이 뚜렷하게 있지 않을 시절 두음법칙이 적용된 경우와 아닌 경우가 혼재했을 겁니다 (언어학자가 아니므로 이 점은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하겠습니다). 한편, 경상도 사투리에서 보면 그 '발음 편하게 하고 싶은 욕구'때문에 ㅕ -> ㅐ로 변하는 현상이 상당히 많이 나타납니다 (례를 들어 '경제 -> 갱제'.. -ㅈ-). 그렇지만 맞춤법에서 이런 현상은
인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두음법칙은 적용을 안 해도 충분히 문제가 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 문제가 단순히 1933년 맞춤법 제4장 제2절 제42~44항에서 우세적인 의견으로 결정되어 그냥 '그렇게 쓴다'로 끝났으면 '그런가 보다'로 저도 생각했겠지만 1948년 북한이 '조선어 신철자법'에서 한자 표기 방법에서 두음법칙을 제외시키고, 그렇게 60년 가까이 멀쩡히 써왔다는 것을 보면서 (북한 사람들은, 특히 분단 후 태어난 분들의 경우 두음법칙 없이 한자 단어를 발음하는데 별 지장이 없습니다) 앞서 봤던 의심점에 더해놓고 보니 뭔가 두음법칙이 불필요한 '법칙'이 아닐까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렇게 뚜렷이 다른 표기법을 채택하면서 한국에서는 이렇게 표기하는 것 자체로도 북한을 련상시키는 식이 되어 언어학적이 아닌 정치적으로 '꺼려'지는 상황이 지난 반세기동안 일어나지 않았는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순수하게 '이게 과연 맞는 법칙인가?' 하고 질문을 던질 겨를도 없이 롱담이든 진담이든 간첩 아니냐 식의 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직접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고 생활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언어학자도 아니고 단지 언어에 좀 관심이 있는 공돌이로써, 좀 말이 안되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From "Wesley's Filling Up of Empty Space" at Naver Blog - August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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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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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 :

이 블로그 국정원에 신고하면 포상받을 것 같다.
관점차이를 북한 기준을 대전제로 두고 평가를 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 음운규칙이 이상한 억지라고 생각하게 되지.

Wesley on :

댓글 승인했습니다. 재미있으신 분이군요. 두음법칙 없이 한국어를 실생활에 적용을 하고 있는 곳을 보자면 북한 및 중국의 조선족 자치구를 들 수 있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근데 그걸 보고 '북한 기준을 대전제로 두고 평가'를 한다고 몰아붙이면서 '국정원에 신고하면 포상'받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야말로 본문에 적은 것처럼 정치적으로 문제를 접근하여 애초에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것을 배척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계시는군요.

깨몽(facebook.com/4dreamy) on :

위 댓글 다신 분 말씀을 마음에 두지 마시고요...(괜한 꼬투리 잡는 사람들 억지는 다 따라잡을 수가 없지요...^^)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말머리에 ㄹ같은 것이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런 규칙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말을 죽이려고 처음 시작되었고(http://2dreamy.tumblr.com/post/3598955164) 그 뒤 한자를 받드는 이들이 나라말 정책 쪽을 꿰차면서 계속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옛 낱자를 없애거나(제주 사투리에는 아직도 아래아 발음이 남아있다 합니다. 다른 사투리에도 그런 소리값이 좀 있는 것으로 여깁니다.), 사이시옷 같은 것도 우리말[맞춤법] 규칙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태국인 on :

저는 한국어 학습하는 태국인입니다.
두음법칙 폐지에 대하여 관심이 많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국어사랑 on :

두음법칙은 중세부터 있어 왔던 규칙입니다.
다만 한자어에 대한 생각이 남한과 북한이 달라 표기가 달라졌고 이제는 발음까지 달라졌습니다만, 통일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두음법칙을 포기하는 표기를 채택할 수도 있겠지요.

두음법칙극혐 on :

두음법칙극혐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사람이 있다니 반갑네요
한자문화권 한중일 봐도 없고
당장 한민족인 한국, 북괴, 조선적, 심지어 재일동포봐도 한국이외에 두음법칙쓰는곳없지요
불합리하고 통일되지않는 법칙인 두음법칙없애야해요
한국이 쪽수만 많다고 우기면 곤란합니다

두음법칙극혐 on :

아 댓글이 승'락' 제인가보네요 승낙x ^^;
이 앞의 댓글 오픈시에 적힌 이메일 발송해주시면 다시 찾아올게요
관심자이올씨다
국제화시대에 한국어배우는외국인도 많아지고있는 마당에
한국어 표준이 시급합니다.
허락과 승낙이 다르다니 너무헷갈리죠 지금까지 모르고써왔을뿐

좐 on :

두음법칙뿐만 아니라 사이시옷법칙도 없애야 하고

그리고 ㅔ,ㅐ,ㅖ,ㅒ, ㅚ, ㅙ ㅞ 발음을 대충해도 된다는 맞춤법 규정부터 없애야 합니다.

내 게 와 네 개 발음 구별도 못하면서

영어 bad, bed, head,had를 발음 잘하겠다고 달려드는건 어불성설입니다.

김우근 on :

한국어 학자들이 한국어를 망치고 있습니다.
온갖 불필요한 법칙들, 예외 사례들.
우수한 표기 체계를 갖추어 놓고도 자국민도 문법을 어렵게 느끼도록 만든 한심한 인간들.

대표적인 것이 두음법칙으로 당장 사라져야 합니다.

두음법칙 on :

두음법칙이 일본이 강제로 시킨 것이다, 대한민국에만 있다, 한국어 학자들이 한국어를 망치고 있다...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할 수가 없는 말인데 깜짝 놀라서 오래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댓글을 남깁니다.

1. 두음법칙은 한국어를 포함한 몽골어, 일본어 등 모든 알타이 제어에서 동일하게 보이는 현상입니다.
당장 일본어만 보더라도 외래어가 아닌 이상 순 일본어(야마토코토바)에 ㄹ 발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몽골어에도 ㄹ 발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없습니다.
북한의 경우에는 당에서 강제로 두음법칙을 없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없어진 것으로, 두음법칙을 없앤 첫 어문규정(조선어 신철자법)은 그 독재국가인 북한에서조차 반대에 부딪혀 도입에 실패할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억지로 바꾸게 하고 60년쯤 지났기 때문에 세대교체로 인해 정착된 것일 뿐이에요. 북한에서도 어문규정을 바꿔도 어쩔 수 없는 지명 등은 아직도 두음법칙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북한에서 두음법칙을 없애려고 발악한 이유는, 북한의 초대 수령이었던 김두봉이 두음법칙 폐지론자였기 때문입니다.(실권은 김일성이 가지고 있었으나 국가 원수는 김두봉)

정확하게 써 놓지 않으면 근거도 없다고 호도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두음법칙이 생긴 이유를 적습니다.
유성음/무성음으로 문자를 구분하지 않고 유기음/무기음으로 문자를 구분하는 한국어의 특성 상 기식에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ㄹ은 유음성 자음이라 발음할 때 쉽게 피로해지므로 동일한 설정성과 공명성을 가진 채로 유음성만 없앤 ㄴ으로 발음하게 되는 것입니다.
ㄴ은 유음성은 없지만 혀의 위치(설정성)를 조정해야 발음이 가능하므로, 설정성 면에서 좀 더 유리한 ㅇ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다만 유음성이 없어 ㄹ보다는 편하니 ㄴ인 채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고요.

2. 알타이 제어에서 동일하게 보이는 현상이므로, 일제강점기보다 몇 백년 전부터 두음법칙이 존재했습니다.
어금니 이런 단어를 보면 이, 이빨이 원래는 니, 니빨(정확하게는 니+발 이나, 나중에 빨로 변화)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3. 현대 한국어 학자들이 한국어를 만든 것도 아니고, 그냥 기존에 존재하던 현상을 분석해서 이론으로 만들어 둔 것일 뿐입니다. 한국어 학자들이 원해서 두음법칙이 생긴 게 아니고, 까마득한 옛날부터 그렇게 써 왔으니까 학자들이 그것을 연구해서 법칙을 성문화해 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법칙에 예외도 있고 하는 것입니다. 옛날부터 그렇게 써 왔으니 학자들도 어쩔 수 없이 특정 단어는 예외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정말로 한국어를 망치는 사람은, 자신이 무지해서 모를 뿐이라는 걸 모르고 멀쩡한 법칙을 근거도 없이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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