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슬리의 툴박스

앞에 올린 글에서 아이폰6 플러스가 아이폰5S보다 얼마만큼 개선된 화질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보았습니다만, 단지 여기서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촬영 과정 또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사진 촬영 전반의 사용자 경험에 신경을 꽤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지요. 가장 개선이 많이 보이는 점 중 하나는 소위 "포커스 픽셀"이라고 하는 마케팅 용어로 불리는 위상차 검출 자동초점 기능의 채택입니다.

그동안 일반 카메라들은 대비 검출 방식을 썼는데, 픽셀 사이에 대비가 가장 크게 발생하는 초점 위치를 찾는 원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필름 카메라나 DSLR 등은 위상차 검출 방식을 썼는데, 피사체에서 오는 빛을 둘로 쪼갠 뒤 둘의 위상이 일치하는 초점 위치를 찾게 됩니다. 후자는 지속적인 자동초점을 구현하거나 대비가 덜 분명해지는 야간 환경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실전에서 보면 포커스 픽셀은 아이폰의 자동초점 기능에서 그동안 꼭 필요로 했던 속도 및 정확도 개선을 모두 이루어주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아이폰6 플러스는 앞에 있는 피사체에 대해 아주 빠르고 지속적으로 초점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이와 대비하여 아이폰5S는 앞의 피사체의 움직임에 잘 반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이폰5S가 움직임을 감지하더라도 초점을 앞뒤로 움직이는 시간이 있어서 정확한 초점을 잡기 위해 시간이 더 걸립니다. 그동안 5S를 포함해서 여러 아이폰을 직접 써본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 과정에서 엉뚱한 피사체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간간히 있었습니다. 터치 화면으로 분명히 피사체를 지정한 경우에도 말이지요. 그런데 이런 골칫거리가 아이폰6 플러스에서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서둘러서 순간포착을 하더라도 초점이 맞지 않게 찍히는 경우가 훨씬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아이폰에게 어디에 초점을 맞추라고 알려줘야 하는 경우도 줄어들고요. 이제 진정한 바로 보고 찍기 (point & shoot)가 되는 것입니다.

한편, 아이폰5S에서 추가되었던 버스트 모드 기능은 아이폰6 플러스에서 그리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전면 카메라까지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 빼고 말이지요. 기본 카메라 앱으로 직접 사용해본 결과 두 기종 모두 초당 10프레임으로 버스트 촬영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제3자가 만든 앱에서도 마찬가지일까요?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코텍스 카메라(Cortex Camera)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앱은 고속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은 뒤 합쳐서 고품질 사진 한 장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동영상에서 보시듯이 아이폰6 플러스는 아이폰5S보다 약간 빨리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러면 속도 개선은 어디서 일어난 것일까요?


분석해본 결과 그 차이는 대부분 아이폰6 플러스가 버스트 촬영을 약 12% 정도 빨리 끝내는 데에서 기인하고 있었습니다. 처리 및 저장 속도는 엇비슷했습니다. 그러니 아이폰6 플러스에 탑재된 카메라 모듈에게 기회를 마련해주면 아이폰5S의 것보다 더 빨리 버스트 촬영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카메라의 더 빨라진 이미지 촬영 능력은 다른 곳에서 더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이폰6 플러스의 슬로모션 동영상 촬영 기능은 720p 해상도에서 초당 120프레임 또는 240프레임으로 작동합니다. 아이폰5S에서는 "불과" 120프레임이었던 부분입니다. 위의 동영상은 초당 240프레임으로 찍은 뒤 초당 30프레임으로 속도를 떨어뜨린 것인데, 보다 매끄러운 슬로모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폰으로 "찰나의 순간"을 더 상세하게 포착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정리를 하면, 아이폰6 플러스에 탑재된 카메라는 이미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아이폰5S보다도 더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더 빨리 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광학 줌 기능 내장이 필수불가결인 분들을 제외하고는 아이폰6 플러스 외에 또 다른 카메라를 들고다닐 필요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