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의 배터리 수명

애플워치는 배터리가 10% 남았을 때 경고를 띄우고 (왼쪽) 0% 근방에서 전원 절약 모드로 진입함 (오른쪽)

일부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가 며칠에서 한 주 정도의 사용시간을 보이고 있다 보니, 38mm 애플워치가 공식적으로 일반적인 사용에서 18시간 정도 간다는 것을 보고 너무 짧지 않냐는 의견이 속출했고 만 하루도 못 버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애플은 42mm 버전의 경우 배터리가 더 크고 더 오래 쓸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걸 모두 염두에 둔 채로 지난 3주 동안 매일매일 제 42mm 애플워치 스포츠 버전의 배터리 상태를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 것 같나요? 일단, 애플워치는 배터리 잔량이 10%까지 떨어지기 전까지는 배터리 상태가 어떻다는 것을 전면적으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 때가 되어야 비로소 위와 같은 경고를 보여주지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한 눈에 보기" 화면 중 하나에서 정확한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 뒤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과 끝에 이르러 이 경고를 보는 일은 개인적으로 드물었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하루 종일 쓰는 데에는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고를 실제로 보게 된다면 전원 절약 모드로 진입할 수도 있고 그대로 놔둘 수도 있습니다.

전원 절약 모드는 위와 같이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기능을 꺼두게 되어서 시계 상태로라도 최대한 오랫동안 작동하게 됩니다. 배터리 잔량이 0% 가까이까지 떨어지면 (대충 2%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무조건 이 모드로 전환됩니다. 충전해서 정상 기능을 회복하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최후까지 버티는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보니, 가급적이면 이런 모습을 안 보면서 쓸 수 있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3주 간 애플워치를 착용하며 관찰한 사용시간의 그래프

이 그래프는 3주 동안 다양하고 서로 상이한 사용 형태를 거쳐가면서 사용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많은 부하를 건 시험을 해보기도 했고, 어느 날에는 해외를 돌아다닐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주로 앉아있기만 할 때도 있었지요. 이런 모든 날들이 위에서 보시는 막대로 표현되었습니다. 초록색 막대는 그 날 실제로 사용했던 시간을 의미하고 보라색 막대는 맨 오른쪽에 표시된 배터리 잔량에 근거하여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잔여 시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평균을 내보니 매일 22시간 12분을 쓰게 되었고 잔량은 약 22% 남아서 6시간 17분 가량 더 쓸 여지가 남았습니다. 두 수치를 합한 것이 어느 경우라도 18시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이것으로 미루어볼 때 42mm 버전은 만 하루동언 사용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잠 자기 전에 충전하는 것을 깜박 했더라도 일어나서 아침까지는 버텨주어서 꺼지기 전에 2시간 충전을 할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명백한 점은 아주 가끔 쓰는 경우가 아닌 이상 만 이틀을 버티기는 힘들기 때문에 매일 한 번 충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취침 전 약 2시간 전에 충전을 시작해놓고 완충된 애플워치를 다시 착용한 뒤 잠드는 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중간에 비는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분들께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습니다.

애플워치를 차고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돌아다니는 모습

애플워치를 쓰게 된 첫 날은 기기를 일단 가동시키고 설정을 제대로 한 뒤 기본적인 사용에 익숙해지는 데에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메일을 제외한 220여 개의 앱 모두 기기로 알림이 가도록 설정을 했고, 뉴스 관련 앱의 속보 알림도 다시 켰습니다. 그리고 둘째 날에 애플워치의 모든 기능들을 모두 이리저리 시험해보게 되면서 날이 끝나갈 무렵 배터리를 완전히 소진시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5일 째에 뉴질랜드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가는 비행기가 11시간 걸렸습니다. 애플워치는 계속 심박수를 측정했고 때때로 시간을 확인하기도 했지만 인터넷 접속이 안되다 보니 알림이 들어오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남반구에 있는 그 섬나라에 다음 날 아침 도착했을 때에는 아직도 배터리가 40% 가량 남아 있었습니다. 1시간짜리 국내선 비행기를 더 타고 난 뒤부터는 꼭 필요할 때만 썼는데, 그렇게 6일 째를 호텔에서 마무리할 무렵 배터리가 거의 바닥 났습니다. 이 때가 사실상 이틀을 다 채워서 썼던 유일한 경우였습니다.

제7 ~ 10일은 나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보냈는데, 상당히 많이 걸어 다녔습니다. 하루에 2만 보 꼴이었지요. 아이폰에 데이터 로밍을 켜둔 상태였기 때문에 알림은 정상적으로 들어왔습니다. 평상시보다 날씨와 지도 앱을 좀 더 사용했던 것 같은데도 사용 시간이 다른 때와 상당히 유사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11일 째에 1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애플워치와 함께 한 3주 간의 운동 기록표

제12 ~ 14일은 사무실에 다시 적응하면서 바쁜 날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애플워치를 사용할 때는 대부분 알림을 확인하는 정도 위주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보다 배터리 소모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15일 째부터는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고 애플워치의 기능도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배터리 소모가 더 빨라졌지만 온종일 쓸 수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애플은 애플워치의 사용자 경험(UX)을 설계할 때 너무 오랫동안 만지작거릴 필요나 욕구가 안 생기도록 했습니다. 필요한 정보가 한 번에 쏟아진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식입니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손목을 수시로 충동적으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자러 들어갈 때까지 하루 내내 매우 편하게 여러분을 대하는 친한 친구와 같이 와닿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물론 모든 기능을 온전히 쓰기 위해서 매일 한 번 완충을 해주는 일상을 받아들이기도 해야겠지요. 만약 이 점이 다른 장점보다도 더 큰 단점으로 느껴진다면 이 기기는 당신에게 맞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에는 좀 더 잡다한 관찰 결과에 대해 적어보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올린 글을 모두 읽어보셨다면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는 데 대한 장점과 단점을 대체로 잘 파악하실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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