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스마트홈: 두 스마트 플러그 이야기 (위티 & 다원)
작성자: Wesley 작성일:스마트 플러그 "위티(Witty) E" WIP-02A, 개봉 후
요즘 들어 여러 회사들이 사물인터넷(IoT)의 물결에 합류하여 각자의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주요 이동통신사들(SK텔레콤(SKT), KT, LGU+)도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플랫폼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쪽은 무시하는 편이었는데, 기기 당 몇 천 원에서 "무제한" 사용에 몇 만 원 정도(다년 약정을 하면 여기서 할인됨) 매달 사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비 통신사 솔루션 상당수가 사용료 없이 쓸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이지요.
하지만 SKT는 이런 상황이 기반 확대에 해가 된다고 생각했는지 지난 10월부터 몇몇 제휴 제품군에 대해 일정 금액(5,500원)을 제품 가격에 포함된 상태로 한 번 내기만 하면 별도의 월 사용료 없이 쓸 수 있도록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미끼를 물어보기로 하고 "SKT 스마트홈"이란 브랜드를 걸고 파는 가정용 IoT 제품들을 집안 여기저기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맨 처음으로 도입했던 것이 스마트 플러그였는데, 여기 보시는 것은 위티(Witty)란 회사에서 만든 버전입니다.
스마트 플러그 "다원 파워매니저(Power Manager)" PM-B400-W2
시간이 지나면서 집안에 설치된 플러그 수가 늘어나게 되었는데, 그 중 일부는 다른 회사인 다원 디엔에스에서 제작한 것이었습니다. SKT가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포장 구성이나 기능과 같은 부분에서 거의 동일하게 맞춰 나왔습니다. 검소해 보이는 갈색 종이 상자 안을 열어보면 플러그 본체와 사용설명서가 포함되어 있는데, 플러그 자체와 설명서에 묘사된 본체 그림을 빼고는 거의 똑같아 보였습니다. 두 회사 제품 모두 동일한 공식 앱을 통해 제어되고 작동 방식도 동일 제품인 것 마냥 거의 같도록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판매 가격도 비슷해서 현재 2만6천 원에서 3만 원 가량 하는데, 시판되는 동종 제품 중에서는 가장 싼 쪽에 속합니다. 앞서 언급한 일시납 비용이 이 값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가격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일부 다른 솔루션들이 게이트웨이나 허브를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예를 들면 타 통신사 제품들) 이 제품들은 그런 것 없이 Wi-Fi로 직접 접속하므로 비용 측면에서 더욱 유리합니다. 이미 집에 무선 공유기가 있으면 추가 비용이 없는 셈이지요.
마주 보고 있는 위티 E와 다원 파워매니저
물론 흥미로운 차이점들도 눈에 보입니다. 예를 들면 각 회사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따르는 플러그 모양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다원 측 제품은 약간 작은 편인데, 플러그에 무언가를 꽂게 되면 차이가 사실상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꺼진 상태에서는 두 제품 모두 전원 스위치가 빨간색이 되고, 켜진 상태일 때 위티 제품은 파랑색, 다원 제품은 초록색이 됩니다.
스위치를 누르면 릴레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딸깍 소리가 나는데, 최대 2200W (220V, 10A)의 전력을 제어해야 하다 보니 릴레이는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 정도면 일부 전력소모가 심한 에어컨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기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과전류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므로 에어컨 실외기가 막혀서 무리하는 경우와 같은 때를 알아채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스마트 플러그로 기록된 일일 전력소비량 정보
앞서 언급했듯이 두 플러그 모두 공식 SKT 스마트홈 앱으로 작동을 하는데, iOS 및 안드로이드OS 버전 모두 제공되고 있습니다. 처음 사용자의 경우 이미 SKT 고객이라도 사용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는 통신사와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로그인하고 나면 각 기기 별로 4단계의 등록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집안 Wi-Fi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기기를 페어링 모드로 설정한 뒤, 기기의 Wi-Fi에 접속하고서 서버 등록 진행을 요청하면 됩니다.
두 회사의 스마트 플러그 모두 핵심 기능은 동일하며 단순합니다. 원격으로 전원을 켜거나 끌 수 있고 본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전력을 소비했는지 측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제어와 기록 활동은 SKT측 서버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앱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형태인 셈이지요. 그러므로 앱 하기 따라서 스마트해짐이, 서버 하기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정도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다행히 현재 앱 버전은 이미 좋은 편입니다. 켜기/끄기 프로그래밍 (일정 또는 IFTTT식 조건 제어로), 과다 사용 경고, 수면 타이머, 장기간 미사용 알림, 사용 이력 보고 (일/주/월)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마지막 부분은 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페이스 일부는 개선이 필요해 보이지만, 전반적인 기능은 만족하고 있습니다. 서버 쪽은 대체로 신뢰도가 높아서 아주 가끔만 명령 제어에 실패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용 이력 정보가 표시되지 않는 결함이 한 번 발생한 적은 있었지만 고객 센터에 전화를 하고서 하루만에 해결이 된 바 있습니다.
해외 독자들을 위해 한 가지 언급을 하고 넘어가자면, 앱은 아직 한국 사용자 위주로만 만들어져 있습니다. 단말기 설정을 영어로 바꾼다고 해도 앱 표시 언어는 한국어로 고정되어 있는데다, 서버가 한국에 있어서 그런지 일일 사용량 보고 기준 시간대는 대한민국 표준시 (UT+9)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기기들 자체는 알맞는 전압을 공급할 경우 해외에서도 이상 없이 작동하기는 합니다.
스마트 플러그의 대기전력 측정하기
앱 내에서 두 플러그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다 보니 외관 상만 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계속 써보니 내부 하드웨어가 확실히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원표를 보면 대기전력 소모량이 두 제품 모두 0.5W 이하인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주장이 사실인지 위와 같이 시험해 보았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위티 플러그는 꺼진 상태에서 0.3W, 켜진 상태에서 0.6W 가량 소모하고 있었던 반면 다원 플러그는 두 경우 모두 0.7W 정도를 썼습니다. 위티 제품은 제원표에 가까운 결과를 냈지만 다원 제품은 그러지 못한 것이지요.
두 스마트 플러그의 측정 정밀도 차이 (왼쪽: 위티 / 오른쪽: 다원)
반면, 다원 플러그는 전력 소비량 조회를 할 때 소수점 두번째 자리까지 표시를 해서 정수로만 나오는 위티 플러그보다 정밀도가 높습니다. 전력 소비량이 그리 많지 않은 제품을 연결해 두었다면 다원 쪽이 더 유용할 수 있겠습니다.
배전반 안에 스마트 플러그를 연결하는 장치를 만들기 위한 부품들
스마트 플러그를 몇 달 써보며 편리함에 익숙해지니 콘센트 하나가 아니라 집 안의 한 부분을 통째로 제어하는 것도 해보고 싶게 되었습니다. 배전반의 전력공급선 일부를 플러그로 우회하는 식으로 구현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는데, 이렇게 하면 득이 될만한 부분으로 조명(집 전체)과 부엌-세탁실 구역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전자는 매일 조명으로 소비되는 전력량을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 집이 비었을 때 모든 조명을 한 번에 끌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후자는 주요 가전제품인 냉장고와 세탁기의 전력 소비량 추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요.
그러나 플러그를 개조해서 설치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기 때문에 차단기 쪽에 연결해서 전력을 스마트 플러그로 우회시킨 뒤 원래 목적지로 향하도록 하는 콘센트-플러그 조합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콘센트, 플러그, 전선 연결단자 몇 개와 피복된 2.5SQ (2.5mm2) 구리선 1미터짜리를 구입했습니다.
배전반 연결장치 완성
이 재료를 가지고 계획대로 콘센트-플러그 조합 장치를 두 개 만들어냈는데, 배전반에 설치하거나 해체하기 쉽도록 했습니다. 차단기 쪽으로 들어가는 전선 두 개를 조이거나 풀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전선 두 개를 연결단자에 끼우거나 빼는 식으로 작업하면 되는데, 한 번 하는데 1~2분 정도로 얼마 안 걸렸습니다. 필요할 경우 스마트 플러그 자체는 몇 초 안에 교체하는 것도 가능한데, 덕분에 이후 맞닥뜨리게 된 문제를 진단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네트워크 연결 조명과 문제를 일으키는 다원 스마트 플러그
조명 부분에 다원 플러그를 연결하고 나니 얼마 안 가서 거실 조명 스위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던 것이지요. 이 스위치는 집에 기본 내장된 홈 네트워크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어 월패드에서 조작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방식의 스위치가 침실에도 있는데, 이것은 작동이 되기는 했지만 끈 상태에서도 등 하나가 계속 희미하게 빛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지요.
접지선을 추가해도 도움은 되지 않았고, 다원 플러그를 회로에서 제거해야만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혹시 위티 플러그는 좀 나을까 싶어서 다른 곳에 설치해두었던 것을 하나 뽑아서 조명 부분에 연결시켜 보았더니 놀랍게도 조명이 다시 정상 작동했습니다. 다원 플러그에 호환성 문제가 있다는 게 분명해졌던 것이지요. 제가 짐작하기로는 네트워크화된 스위치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정지전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반면 부엌-세탁실 부분에서는 다원 플러그 연결 후에도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그대로 두었습니다.
배전반 안의 최종 스마트 플러그 구성 상태
배전반 내에 설치된 기기들의 최종적인 형태는 위와 같았습니다. 위티 플러그 하나, 다원 플러그 하나, 그리고 작년에 설치한 서준 스마트미터 하나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썩 멋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패널 뒤에 늘 숨어 있게 되므로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정리해보면, 두 회사에서 출시된 스마트 플러그 모두 편리한 사용성과 제공되는 정보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하나를 더 사게 될 경우 낮은 대기전력량과 더 우수한 호환성을 지닌 위티 플러그를 고를 생각입니다. 플러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용법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간이 될 때 한 번 적어보기로 하겠지만, 일단 다음 글에 다룰 것은 SKT 스마트홈 제품군에 속하는 다른 장치가 될 예정입니다.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