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2018 동계올림픽 관람기 - 금빛 경주와 강릉
작성자: Wesley 작성일:남자 스켈레톤 3차 시기 종료 후 트랙을 수작업으로 정빙하는 모습 구경하기
아이스링크는 일반적으로 차량형 정빙기 (일명 잠보니)를 몰고 다니면서 정빙하게 됩니다. 그래서 남자 스켈레톤 4차 시기 시작 전에 트랙을 정빙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비슷한 종류의 기계가 트랙을 돌게 되는 건가 궁금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기술이 그 정도까지 발전되지는 않았더군요. 열풍기와 빗자루를 든 작업자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트랙을 쓸면서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있었습니다. 메달 수상자들이 결정될 마지막 시기 직전에 가진 45분 간의 평온한 휴식시간 동안 벌어진 단 하나의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4차 시기 순간포착 - 윤성빈 (위, 금메달), 김지수 (아래, 6위)
오전 11시 15분부터 상위 20명의 선수들이 성적 오름차순으로 4치 시기에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김지수 선수는 15번째로 달리고, 이미 압도적인 기록을 보이던 윤성빈 선수는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마다 열기가 점점 고조되었고 김지수 선수는 환호하는 관중들 앞에서 인상적인 경주를 보여주며 순위를 유지했습니다. 본 경기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윤성빈 선수는 흠잡을 데 없고 범접할 수도 없는 경주를 펼치며 대중을 압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위 선수와의 합산 기록 차이는 1.63초였는데, 마르틴스 두쿠르스 선수가 단 0.11초 차이로 메달을 놓쳤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엄청난 격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기장은 환호의 도가니가 되었고, 우리 가족은 이렇게 가까이서 역사적인 사건을 목격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썰매종목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딴 순간이었죠. 그 메달 색깔이 금색이고 이런 압도적인 차이로 획득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윤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모습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현장 시상식에서 윤성빈 선수가 우승자로 우뚝 섰지만 인파가 엄청나다 보니 먼 거리에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경기 종료 직후 메달 수상자들을 축하하는 현장 시상식이 피니쉬 하우스(Finish House)에서 열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부근에 사람들이 가득 차서 제대로 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사회자가 윤성빈 선수를 시상대로 부를 때 환호성을 더해주는 데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윤성빈이 세운 50.02초라는 시간은 본인의 4번째 시기이자 본 경기 마지막 경주에서 나온 트랙 신기록이었습니다
들뜬 기분을 바로 내려놓고 싶지는 않았기에 윤 선수의 최종 경주 시간을 보여주던 전광판 앞에서 사진을 찍은 다음 비로소 나머지 사람들과 같이 경기장 아래로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흥분을 서서히 가라앉히면서 셔틀버스를 다시 타러 언덕 아래로 걸어 내려갔습니다
주차장에 이미 긴 줄이 형성되어서 버스를 타는 데에만 30분 이상 걸렸습니다
북강릉 수송몰로 차를 몰고 간 뒤 강릉 올림픽 파크로 가는 TS20 셔틀버스를 탔습니다
원래는 평창 (대관령 수송몰)과 강릉 (북강릉 수송몰) 사이를 오가는 TS31 셔틀버스를 탈 계획이었지만 시간에 제대로 맞춰 오지 않던 관계로 가족 모두 집에서 몰고 온 차를 타고 강릉으로 향했습니다. 주차장에 도착한 뒤 TS20 셔틀버스에 탔는데, 15분만에 올림픽 파크 앞에 왔습니다.
강릉 오벌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을 뒤로 하고 강릉 올림픽 파크에 입장하는 모습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강릉 올림픽 파크까지 오는데는 총 2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되니 오후 4시 40분에 시작하는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 입장권을 산 게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더 일찍 하는 경기였다면 시간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캐나다의 CBC 방송이 활발하게 올림픽 취재를 하고 있었습니다
북미에서 아이스하키의 인기를 반영하듯 강릉 하키 센터 부근에서 캐나다의 CBC와 미국의 NBC 방송 취재진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방송국은 한국 사람들에게 상반된 인상을 남겼습니다. CBC의 경우 올림픽 방송 오프닝 애니메이션에서 한국 문화의 시각적 요소와 분위기를 매우 잘 살린 것으로 평가받음은 물론 방송 로고도 "2018 평창"이라고 한글로 썼습니다. 이 로고는 사진에 찍힌 촬영기사가 입은 패딩코드 오른쪽 위에도 새겨져 있었습니다.
미국의 NBC 방송 또한 취재에 열중이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근방에 큰 현지 스튜디오도 세웠습니다 (사진에는 안 보임)
반면, NBC의 경우 올림픽 방송 해설자 중 한 명이 개막식에서 일본의 한국 강점기에 대하여 망언을 하게 되어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후속 조치도 매끄럽지 못한 것 또한 아쉬움을 남겼지요.
거대한 모습을 자랑하는 슈퍼스토어에는 각종 올림픽 관련 기념품을 구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길게 줄서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창 경기의 마스코트들, 즉 올림픽의 수호랑과 패럴림픽의 반다비의 모습이 잘 나왔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강릉 올림픽 파크 한가운데 있던 슈퍼 스토어(Super Store)에 들어가기 위한 사람들이 저녁 시간대까지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기다려서 들어갈만한 시간이 도무지 나질 않았습니다.
관중 식당은 오후 3시에도 사람들이 가득했지만 질서정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침 이후 아무런 식사를 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줄은 관중 식당에 대신 서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줄이 빨리 이동하더군요.
식사는 재빠르게 나왔고 맛도 괜찮았는데, 가격은 이해할만한 수준이었으나 다소 비싼 편
식사는 12가지 (종류는 양식, 한식, 국수) 중 고를 수 있었고 가격은 대부분 9천 원에서 1만3천 원 사이였습니다. 일반적인 예상보다는 약간 비싼 편이었지만 신속하고 깔끔하게 제공되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정도는 타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차분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비로소 다음 경기를 볼 준비가 되었습니다.
늦은 점심 식사를 마무리하고 OAR-SLO 경기를 보러 강릉 하키 센터로 이동했습니다
올림픽 파크를 입장할 때에 한 번 입장권 확인을 거쳤는데, 경기장에 들어갈 때 재차 확인을 받았습니다. 입장하고서도 러시아 출신 선수들과 슬로베니아 사이의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시작하기까지 30분 이상 시간이 남았기에 무언가 다른 걸 할만한 것이 있나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경기장 안에 설치된 올림픽 주제의 증강현실 게임을 능숙하게 소화하고 있는 하윤이
그렇게 찾은 것 중 하나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증강현실 기반 게임이었습니다. 화면의 지시대로 똑같이 움직이면 점수가 많이 올라가더군요. 세린이와 하윤이 둘 다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공식 기념품 판매점에는 사람이 가득했고 수호랑 인형처럼 인기있는 제품은 금세 품절되었습니다
인기 상품들을 모아놓은 소규모 공식 기념품 판매점도 한 켠에 있었습니다. 몇몇 상품들에 관심이 가기는 했는데 여기에 선 줄도 제법 긴 편이라서 구입하기도 전에 관중석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3 피리어드 진행 도중 나와서 몇 가지를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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