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EV와 함께 여행하기, 제1부

타입랩스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볼트 EV 운전석 헤드레스트에 아이폰5S를 장착한 모습

제가 볼트 EV를 몰고 다닌지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엔진 소음의 부재, 반응성 좋은 가속 및 회생제동 능력 등은 지금도 감탄스럽고 확실히 21세기스러운 자동차라고 느낍니다. 제 돈을 주고 산 첫 차가 이것이라는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운전 감상은 그렇다 치고, 아직도 주변에서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지, 충전 속도는 괜찮은지 질문을 받게 되더군요. 이것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담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위의 사진과 같이 장비를 설치하고 볼트 EV가 국토횡단 왕복 여행을 하는 모습을 타임랩스 동영상으로 촬영한 결과가 아래에 있습니다. 참고로 한반도의 너비는 300km 정도이고 남한 부분의 길이는 400km 정도이기 때문에 국토횡단이라고 해도 엄청난 규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볼트 EV의 주행거리(383km)가 사실이라면 한 번 완전충전을 하고 국내의 거의 모든 곳을 갈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중요하게 와닿을 것입니다.


동영상을 보시면 볼트 EV가 온가족을 태우고 나라 반대편에 있는 저희 부모님 댁으로 정기 방문을 하러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주에서 울산까지 가는 거리는 302.8km이었고, 그 중 3/4 이상이 고속도로 주행이었습니다. 날씨는 따뜻하고 습했던 관계로 (평균 25도 이상, 비 약간) 에어컨을 계속 가동시킨 채로 운행했지만 흠잡을 데 없는 주행을 보여주었고 여유도 충분히 남았습니다. 출발할 당시 충전량이 91%였는데 도착할 때 18% 남았던 것이지요. 진행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볼트 EV의 크루즈컨트롤을 작동시키고 애플지도의 안내를 따라서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중

경로는 애플지도가 모두 안내하도록 했습니다. 볼트 EV는 애플 카플레이(CarPlay)를 지원하기 때문에 아이폰X의 애플지도를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띄워 온전한 기능을 갖춘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지역의 경우 목적지(POI, 관심지점) 정보 개선은 필요하지만 도로 및 주소 정보는 비교적 최근에 갱신된 것을 씁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상황에서 약간의 요령만 있으면 정상적인 내비게이션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iOS 12에서 공식적으로 타사 개발 내비게이션 앱 지원이 추가될 예정이지만 당장은 아이폰 탈옥 없이 이 구성대로 쓰렵니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기능(LKAS)을 활용했습니다. 차량의 속도계가 실제보다 5% 정도 빠르게 표시되기 때문에 항속 설정을 106km/h로 잡았는데(설정은 2km/h 단위로 가능했음) 실제 속도는 GPS 장착 블랙박스로 확인한 결과 약 101km/h 이었습니다. LKAS가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끔씩 조향 핸들을 놓아 보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제 역할을 했습니다. 위의 사진과 같이 곡선주로에서도 잘 작동했지요. 하지만 주변의 교통상황에 따라서 속도를 줄이지는 않고 충돌 경고만 내기 때문에(전방충돌경고기능, 또는 FCWS을 통해) 이 기능은 주변이 한산할 때에나 유용했습니다.

통과지점 / 분류 이동거리 (km) 경과시간 (시:분:초) 속도 (km/h) 추정전력 (kWh) 연비 (km/kWh)
통과지점 별
나주에서 출발 0.0 00:00:00 - - -
화순 14.8 00:18:55 46.9 3.08 4.8
순천 35.4 00:33:55 62.6 6.44 5.5
호남고속도로 9.0 00:09:40 55.9 -1.40 -6.4
남해고속도로 22.1 00:13:24 99.0 4,90 4.5
광양 7.3 00:04:19 101.5 0.98 7.4
하동 23.9 00:14:18 100.3 3.51 6.8
사천 16.8 00:10:14 98.5 3.22 5.2
진주 17.8 00:10:49 98.7 2.38 7.5
함안 27.1 00:16:20 99.6 4.34 6.2
창원 27.8 00:18:49 88.6 5.04 5.5
김해 7.3 00:09:48 81.4 1.96 6.8
부산외곽순환도로 1.8 00:01:04 101.3 0.28 6.4
부산 29.2 00:17:29 100.2 3.22 9.1
동해고속도로 21.4 00:14:03 91.4 1.96 10.9
울산 10.9 00:06:32 100.1 1.96 5.6
고속도로 진출 12.0 00:07:33 95.4 0.42 28.6
울산 목적지 도착 12.2 00:21:59 33.3 0.42 29.0
도로 분류 별
고속도로 231.4 02:24:42 96.0 34.2 6.8
일반도로 71.4 01:24:29 50.7 8.5 8.4
합계
나주-울산 302.8 03:49:11 79.3 42.7 7.1
차량이 시/군 경계를 통과할 때와 고속도로 진입/진출할 때를 확인하여 각 구간별 거리와 경과시간을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평균 속도를 도출해 냈습니다. 그리고 속도계 왼쪽에 표시되는 주행가능 거리로 배터리 충전 잔량을 대략적으로 파악하여 구간별 연비도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지형 특성 때문에 어떤 구간이 다른 구간보다 연비가 잘 나오곤 하는 것이 바로 눈에 띕니다. 극단적인 경우 주행가능 거리가 증가하는 바람에 음수가 된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두 분류로 묶어서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로 놓고 보면 전자가 빠른 주행속도 (평균 96km/h)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늘어서 연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음을 (6.8 대 8.4)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인 수치(각각 5.7과 6.7*)보다는 꽤 잘 나왔더군요. 전체적으로 보면 볼트 EV는 302.8km를 주행하면서 42.7kWh를 소비했고 복합적으로 7.09km/kWh의 연비가 나왔습니다. 이를 환산해보면 같은 조건에서 최대 430km를 주행할 수 있지요.

*[한국에서 공인된 주행거리 및 연비는 고속도로에서 349km 및 5.1km/kWh이고 시내에서 411km 및 6.0km/kWh이며 복합적으로는 383km 및 5.5km/kWh입니다. 연비 계산에는 충전 손실이 감안되어 있기 때문에 주행거리만으로 계산해 보면 각각 5.7, 6.7, 6.3이 나옵니다.]

울산 남구청에 있는 한국전력 충전소에서 볼트 EV를 충전하는 모습

도착 후에는 한국전력에서 운영하는 50kW 충전소에 차량을 꽂아두었습니다. 충전시간은 99분이 걸렸으며 배터리는 76%만큼 충전되어(18%에서 94%로 증가) 46.3kWh가 들어왔습니다. 충전기에서는 54.02kWh를 보냈으므로 효율은 85.7%였습니다. 충전요금은 신한EV 신용카드 30% 할인 적용 후 6,572원을 냈습니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급속 충전기는 여기 보시는 것과 같이 50kW 출력을 내며 3가지 규격을 지원합니다(DC콤보 [CCS], 차데모 [CHAdeMO], AC 3상 [IEC 62196 2번 타입]). 볼트 EV가 쓰는 DC콤보는 한국 정부에서 표준으로 지정된 바 있지만 호환성 유지 목적 때문에 새로 설치되는 충전기에도 당분간 다른 두 규격이 같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사용한 충전기가 한국 전기차 운전자에게 있어 가장 일반적으로 접하게 되는 형태이므로, 참고가 되시라고 충전 과정을 분석해서 아래에 그래프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50kW 충전기를 사용할 때 관측된 볼트 EV의 충전 곡선

충전 곡선의 모양새는 다른 볼트 EV 운전자들이 보고했던 내용과 흡사합니다. 55% 충전까지는 최대 출력인 약 45kW (0.94분/%) 속도로 진행되다가 이후 약간 느려져서 43kW (0.99분/%) 정도가 됩니다. 충전량이 68%에 도달하면 속도가 크게 떨어져서 27kW (1.6분/%) 수준으로 83%까지 갑니다. "급속 충전"이란 것이 일반적으로 80% 충전까지를 보고 있으므로 볼트 EV의 충전 특성은 보수적인 셈입니다. 약 12% 포인트 일찍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완속 충전" 단계에 진입해서도 한국에 널리 보급된 7kW 완속 충전기보다는 빠른데, 92%까지는 18kW (2.3분/%), 그 이후는 12kW (3.6분/%)으로 밀어넣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제 볼트 EV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제어모듈 2 재프로그래밍 (공고 #N172127153)"이 적용된 상태였습니다. 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고도 충전 패턴이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으나,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25~30% 사이의 속도 저하가 있기는 했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이었는지 아닌지는 추후 충전 관측을 더 해보면서 판단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저의 볼트 EV는 장거리 운행을 정상적인 속도로 하면서 공인된 수치보다 뛰어난 연비를 보여주었으며, 그 결과 중간에 재충전을 하면서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미리 계획을 잘 짜서 충전 설비를 운행 전과 후에 활용할 경우 기존 차량과 비교했을 때 전체 주행 시간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연료 비용은 같은 거리를 휘발유 차량으로 운행했을 때 들어갔을 비용(약 4만8천 원)에 비해 1/7도 안되는 수준이었습니다. 만약 장거리 운행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몇 년 만에 차값의 본전을 충준히 뽑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볼트 EV는 저에게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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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슬리의 툴박스 작성일: : On the road with Bolt EV, part 2

"On the road with Bolt EV, part 2" 계속 읽기
The trunk was packed again to make the return trip to Naju from Ulsan After arriving in Ulsan and charging the Bolt EV's battery as seen in the last post, my four-member family went about our own business for a couple of days. When it was time to re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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