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컴퓨터 프로젝트 (8/10)


Posing for a magazine photographer while wearing the wearable computer. Photo courtesy of I Love PC.

이 때 PC사랑 측에서는 다음 호(2001년 12월)에 입는 컴퓨터를 소개하기 원했는데 시간이 비교적 촉박했던 터라, 재빨리 모니터에 가죽 끈을 달고 작은 가방을 구해 본체를 넣었다. 그리하여 잡지에 나갈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위의 사진은 실제로 그 잡지에 실린 장면이다. 그리하여 2001년 5월 소개된 휴대형 애슬론 시스템에 이어 두 번째로 '괴짜유저 괴짜PC' 란에 소개가 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사진을 찍는 동안까지는 앞서 언급된 임시 방편으로 충분했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물론 모니터가 두꺼워서 거추장스럽고 가죽 끈이 불편했다는 것이다. 두꺼운 문제는 ADC 때문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지만, 가죽 끈은 찍찍이 끈으로 즉시 바꾸게 되었다. 이렇게 하니 착용감도 향상되었고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모니터의 무게도 줄었다.

Velcro straps on the monitor

다음 날, 맥산에서 좋은 소식이 왔다. LCD패널과 메인보드 간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한 바이오스가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ADC를 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사무실로 뛰어가서(이 때는 사무실이 서울로 옮겨져서 지하철로 쉽게 갈 수 있게 되었다) 바이오스 칩을 직접 교체했다. 이 메인보드용 바이오스의 업데이트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 같았다.

이제 ADC를 모니터에서 떼어내고 앞서 제작한 변환 회로를 대신 달았다. 노트북 컴퓨터처럼 모니터가 메인보드에서 직접 디지털 신호를 받게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로써 모니터 두께가 줄어 1cm 정도밖에 되지 않고 무게도 대폭 줄어들어 입기가 훨씬 편해졌다. 너무 맘에 들었다.

The LCD monitor without the ADC.

입는 컴퓨터 프로젝트 (7/10)


Initial testing of the newly created power supply

전체 시스템의 전력 소모가 낮은 편이라(이것은 사진 중앙에 볼 수 있는 ATX 회로 부하 측정 장치에서 미리 검증되었다) 제작된 파워 서플라이의 설계 용량(3.3V - 20W, 5V - 40W, 12V - 20W)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이 확인되었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전원 제어 기능도 문제 없이 작동되었으며 시험 가동 중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요컨대, 파워 서플라이는 완벽 작동! 이제 본체 속으로 넣는 일이 남았다.

The power supply is attached to the cover of the system

이상하게도, 처음으로 파워 서플라이를 넣었을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문제를 추적한 결과 하드디스크 때문에 파워 서플라이가 합선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절연성 필름을 필요한 위치에 부착했는데,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문제가 전혀 발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워 서플라이도 성공적으로 장착된 이상, 컴퓨터를 입을 때 외부 전원에 의존하지 않도록 배터리가 필요했다. 이 때 PC사랑의 양정진 기자님이 이 프로젝트를 돕고자 노트북 컴퓨터용 보조전원 장치를 만드는 회사와 연결시켜주었다. 제작된 파워 서플라이는 18~32V 사이의 넓은 입력 전원 폭을 가졌기 때문에 그 회사 제품 중에 이를 충족시키는 모델이 있기를 바랐다. 다행히도 '모비파워' 제품군 중에 19V 전원 출력을 지원하는 모델이 있었다. 그래서 이 모델을 하나 요청했고, 곧바로 제공받았다.

The system finally runs independently from a battery; it is running 3DMark2001.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시스템이 배터리 만으로 성공적인 작동을 보였다....고 생각을 했는데, 높은 부하를 걸게 될 때 출력 전압이 필요한 최소 전압인 18V보다 현저히 낮게 떨어져 파워 서플라이가 자동으로 가동을 중지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15V 모델 두 개를 직렬 연결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19V 모델을 반납하고 15V 모델 두 개를 받았다. 예상대로 문제는 확실히 해결되었다. 이제 확실히 배터리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그럼 끝인가? 아니지... 아직 입을 수 없으니까.

입는 컴퓨터 프로젝트 (6/10)


Clear Acrylic Casing for the Components

예상했겠지만, 해외에서는 플렉시글라스라고 흔히 불리는 투명 아크릴판으로 부품들이 자리잡을 케이스를 제작하게 되었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아크릴판으로 케이스를 만들어 넣으니 본체와 모니터가 상당히 멋있게 보인다. 이번 학기에 공작 수업을 들으면서 손재주도 늘고 전기 드릴과 판 절단용 칼을 미리 구입해둔 관계로, 예전과는 달리 별 도움 없이 케이스 제작이 가능했다.

윗 그림의 모니터 부분을 주목하면, 흔히 보지 못하는 두 종류의 연결단자가 나온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32핀짜리 데이터 케이블이고 다른 하나는 10핀짜리 전원 공급 케이블이다. 이들이 앞서 제작한 변환회로를 거침으로서 LCD패널과 메인보드가 연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모두 연결하고 메인보드에 전원을 넣으니... 화면이 엉망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변환회로의 연결 순서는 점검에 재점검을 했기 때문에 실수를 했을 가능성이 적었다. 그래서 은파맥산 측에 이 문제에 대해 문의를 했다.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문제는 메인보드의 현재 바이오스 버전이 아직 그 LCD패널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가 당장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First successful operation of the whole system

이 사실은 매우 가슴 아팠다. 단순한 디지털 연결이 안 되고 아날로그-디지털 신호 변환이 필요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은파 측에 아날로그-디지털 변환 보드(ADC)를 주문하게 되었고, 1주일 후에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본체 속에 설치 공간이 부족한 탓에 LCD패널 뒤쪽에 ADC를 설치하게 되었다. 그 결과 모니터 두께가 두 배로 늘었는데, 이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위에서 볼 수 있듯이 화면이 제대로 출력된다는 것이었다. 휴~! 두꺼운 모니터 케이블이 여전히 맘에 들지 않았지만, 윈도우2000도 깔끔하게 설치되는 등 시스템 가동에는 이상이 없었다.

입는 컴퓨터 제작에 또 하나의 큰 걸림돌이 닥쳤다. 휴대 전원(즉, 배터리)에서 주로 사용되는 직류 전원을 입력 받아 전체 시스템을 가동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메인보드의 작은 크기와는 언뜻 어울리지 않게 전원 공급은 표준 ATX 전원 커넥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전원 입력을 직류로 받는 ATX 파워 서플라이를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파워 서플라이는 교류 전원을 입력 받을 뿐 아니라 덩치도 크다. 1U 서버용 소형 파워 서플라이를 쓴다고 해도 여전히 본체 속에 넣을 수 없다. 게다가 전원 콘센트에 본체를 연결해야 한다면 활동성이 심각하게 제약 받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휴대형 애슬론에서도 발견되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본체 속으로 들어가면서도 직류 전원을 입력 받는 파워 서플라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당연히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시중에서 찾는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기에, 손수 파워 서플라이 제작에 나섰다. 지금까지 배워온 전자공학적 지식을 동원함과 동시에 인텔의 ATX 기술백서를 분석하여 단일 직류 전원을 입력 받고 3중 직류 전원의 출력이 가능하며 ATX에서 요구하는 소프트웨어 전원 제어(윈도우 종료 때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것은 이 기능 때문이다)를 지원하는 파워 서플라이 회로를 설계하는데 성공했다. 다음, 몇 개의 DC-DC 컨버터 및 SSC(무접점 릴레이)를 동원하여 설계대로 연결함과 동시에 케이스에 잘 들어맞도록 배치했다.

Custom-design ATX power supply

문제의 케이스 내의 공간 제약 때문에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부품들을 두 개의 만능기판에 분산 배치시키고, 서로 높이를 달리하게 묶어서 하드디스크가 설치되는 곳 밑으로도 회로가 합선 없이 안전하게 위치하도록 했다.

입는 컴퓨터 프로젝트 (5/10)


Initial testing for well-being of the components attached

여기서 무엇이 빠졌는지 찾아 보시라. 예상했겠지만, 자기 모니터가 없어서 휴대형 애슬론 측에 달린 모니터를 빌리고 있다. 또, 잘만 CNPS3100G(리뷰)가 4cm 높이 제한을 무시하고 버젓이 CPU 위에 얹혀져 있다. 이렇게 된 사유는 원래 사용할 예정이었던 알파 PAL153U가 당시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히트싱크는 높이가 2.5c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높이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나중에 찍은 사진에서 이 쿨러의 모습이 등장하게 된다. 모니터가 없는 문제로 돌아가서, 입는 컴퓨터의 모니터라면 본체에 직접 달려있거나 어떻게 해서든 몸에 입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본체를 몸에 입는 방법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자는 상당히 불확실한 선택이 되었다. 그래서 후자의 방법밖에 선택할 수 없는데... 그렇다면 왼팔에 착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모니터를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앞서 말했던 '다른 장치'가 모니터로 정해진 것이다.

The LG.Philips 6.4" LCD Panel in its raw form

LG.필립스 LCD 웹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그 회사에서 생산하는 VGA 해상도 지원 6.4인치 LCD 패널인 LP064V1이 유일하게 바라던 만큼 작은 모델인 것으로 밝혀졌다. VGA 해상도면 640x480이므로 대단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6.4인치의 화면 크기에서 이 정도 해상도를 구현하려고 하면 일반 모니터 시장에서는 무척 섬세한 쪽에 해당하는 0.20mm의 픽셀 피치가 필요하다. 특이하게도, 이 모니터 역시 이 프로젝트에 쓰인 메인보드처럼 산업용 용도로 제작된 것이었다.

LG.필립스 LCD 측에 이 제품을 구입할 방법을 문의하자 주 공급처인 은파 LCD로 가보라고 알려주었다. 사무실에 직접 방문하여 이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을 한 뒤 구입이 성사되었다. 원래 이 모델은 산업용이라는 특성상 개인 사용자에게는 잘 판매되지 않는다고 한다. 메인보드에 LCD 연결 핀이 나와있기 때문에 이 모니터를 메인보드에 직접 연결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LCD 측과 메인보드 측의 핀 배열이 완전히 달라서 일종의 변환 회로를 제작해야 했다. 아래 그림에서도 볼 수 있지만, 백 개 가량의 지점을 작은 만능 기판 위에서 일일이 연결해야 하는 이 작업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The tedious creation of an LCD interface

이제 이번 프로젝트에서 필요로 하는 주 부품들이 다 갖춰졌다. 그런데 아직 부품들이 벌거숭이였지 않았나...

입는 컴퓨터 프로젝트 (4/10)


컴퓨터가 입힌 상태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입력장치도 몸에 함께 붙어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키보드나 마우스가 사용되는 평평한 장소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평상시와는 다르게 요구되는 입력장치의 위치 때문에 메인보드가 결정되고도 고민이 계속되었다. 현재 휴대형 애슬론 시스템에서 사용되고 있는 미니키보드는 일반 키보드보다 공간을 상당히 덜 차지하지만 몸에 붙이기에는 거북할 정도로 큰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고무로 만들어져서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키보드를 쓰자니 타이핑이 불편했다. 특히 팔에 둘러서 쓰자니 더욱 안 좋았다. 그래서 보다 적합한 휴대형 입력장치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 마티아스社의 하프키보드를 발견하게 되었다.

Matias HalfKeyboard Normal Version

일반 키보드의 절반도 안 되는 키로 구성되어 있지만 독창적인 디자인과 입력 방식 덕분에 한 손으로 일반 키보드에서 입력할 수 있는 글자를 별 불편함 없이 모두 칠 수 있다. 입는 형태로 출시된 모델은 무려 $300이나 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아주 잘 부합된다고 판단하여 곧바로 구입하게 되었다.

다음은 포인팅 디바이스(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장치)가 필요했다. 예전에 한 손가락에 쥐고 사용하는 마우스를 어렴풋이 본 기억이 났지만, 이름이나 정확한 형태가 떠오르지 않아서 다른 장치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로지텍이 알맞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트랙맨 라이브!라고 불리는 프리젠테이션용 트랙볼이 그것인데, 한 손에 쥔 상태로 커서도 움직이고 버튼도 조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 수입업자는 이 제품의 극심한 판매 저조로 인해서 이미 몇 달 전에 수입을 포기했다고 알려주었다. 여기서 벽에 부딪치는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한 번 더 인터넷을 뒤져보니 제이앤제이 마그네틱에서 '리틀 돌핀'이라 불리는 한 손에 쥐는 트랙볼을 제조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제품은 손에 쉽게 잡힐 뿐 아니라(솔직히 트랙맨 라이브!는 작은 동양인의 손에는 큰 편이다) 겨우 $12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이것이야 말로 휴대형 포인팅 디바이스로는 최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J&J Magnetic's Little Dolphin Trackball

선전대로 장치들이 작동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전에 캐나다에서 하프키보드가 오는 것을 기다리느라 약 1주일을 보내야 했다. 그것이 도착하고 나서 곧바로 두 입력장치를 동시에 사용해보았는데, 처음에는 좀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걸렸지만 결론적으로는 장치 선정이 잘 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Wesley is trying out both of the devices

위에서 보시다시피 한 팔에 두 장치가 모두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반대쪽 팔에 다른 장치를 추가로 다는 것이 가능했다. 그 '다른 장치'라는 것이 키보드나 트랙볼을 쓰는데 지장을 주지 않게 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두 장치의 사용 방법이 정해지고 난 뒤, 후지쯔社의 2.5", 20GB(MHN2100AT 모델) 하드디스크를 메인보드에 장착했다. 물론 윈도우CE가 아닌 일반 컴퓨터용 운영체제가 설치되기 때문에 고용량 보조기억장치가 채택되었다.

The MSC-740B with the Fujitsu Hard Disk

사진에서 확인되는 점은 공간 절약을 위해서라도 IDE 케이블의 길이가 짧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주문 제작한 IDE 케이블을 사용하게 되면서 해결되었다. 한편, 하드디스크 아래로 LED가 몇 개 있는데, 이것은 내장 LAN 카드의 표시등이다. 별로 필요가 없고 거추장스럽다고 느껴 나중에 없애버렸다. CPU 오른편에 있는 LED는 하드디스크 작동 표시등인데, 토요다-고세이社에서 제조한 고휘도 청색 LED이며 컴퓨터 작동 상태 확인에 중요하기 때문에 그대로 놔두었다. 오른쪽 위에 튀어나온 버튼 스위치는 전원 스위치와 리셋 스위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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