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간 장마 때문에 구름과 비 투성이어서 맑은 밤 하늘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슬슬 장마가 끝나가면서 어제 밤 거의 완벽한 기회가 생겼지요. 구름도 없고 안개도 안 끼었으며, 단지 반달의 밝은 빛 정도만 옥의 티였습니다.
제 방에서 남쪽 하늘만 관측할 수 있었기에, 별자리표를 보고 이쪽에 뭔가 볼만한 것이 있나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보자마자 명왕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왜소행성은 이 글을 쓰는 현재 주요 기사를 장식하고 있는데, 2주 전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여기를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탐사선에서 보내온 전례없는 선명한 사진들이 대중은 물론 저의 관심을 사로잡게 되었지요. 그래서 제 망원경으로 찾아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명왕성이 매우 어두운 천체라는 것입니다. 현재 14.1등급 수준 밖에 되지 않지요. 지금까지 관측해온 바를 생각해보면 천체 촬영을 하더라도 한계에 걸리거나 넘어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알맞은 위치로 망원경을 향하게 해서 보았는데 역시나 눈으로는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DSLR 카메라를 설치한 뒤 여러 번 셔터를 길게 개방하여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이렇게 하면 뭔가 더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나온 결과 중 하나가 위의 사진입니다. 가장 밝은 별은 궁수자리 ξ1(크시 1)인데, 5.1등급 별입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10등급보다도 어두운 수준입니다.
명왕성 발견 - 위에서 2/3 지점, 왼쪽에서 1/3 지점이었음
사진과 천체지도를 조심스럽게 비교해본 결과, 별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결국 찾아냈습니다. 이것이 제가 찾던 명왕성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약 1시간에 걸쳐 찍은 모든 사진을 비교해가면서 움직임이 있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 천체가 별이 아니라 태양계를 돌고 있는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기 때문이지요.
애니메이션화 한 명왕성의 움직임
그리고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가 찾던 왜소행성이 여기 있었네요. 이런 식으로 비교해보는 절차는 1930년에 처음으로 판별되어 발견될 때의 과정과 흡사했던지라 그 과정을 다시 밟아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주의 남쪽 하늘이 이렇게 멀리 있는 세계를 볼 수 있을 만큼 아직 충분히 어둡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렇고요.
망원경: 셀레스트론 넥스스타 6SE
장치: 캐논 EOS 450D (직초점)
설정: (1500mm) - ISO 1600 - 30초 - (f/10)
필터: 없음
시간: 2015-07-26 00:06 - 01:13 대한민국 표준시
위치: 대한민국 나주
제가 약 3주 전에 C/2014 Q2 러브조이 혜성을 보았을 때는 가까운 거리 덕에 최고 가시 밝기에 근접했습니다. 3일 전에 지구에 가장 가까이 왔던 때라 4등급 밝기였던 것입니다. 이제 이 혜성은 점점 멀어졌고, 이번 관측이 있기 이틀 전에 태양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습니다. 아직은 5등급 정도까지만 어두워진 터라 카메라로 찍기에는 여전히 비교적 쉬운 편이었습니다.
이제 안드로메다 자리로 위치를 옮긴 상태인데, 혜성의 아랫 방향에는 안드로메다자리 59가 있었으나 확대된 사진에서도 살짝 바깥쪽에 놓여 잘렸습니다. 확대된 사진에서 혜성의 바로 위쪽에 있는 밝은 별은 6.6등급짜리인 HR677, HD 14272로 불리는 항성입니다.
천천히 혜성이 어두워지는 것 말고도 이제 관측하기가 좀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관측하는 위치에서는 도심에서 발생하는 빛공해 때문에 서쪽과 북쪽 하늘이 밝아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 요즘에 안드로메다 자리는 서쪽 하늘에 자리잡은데다 해가 진 이후로 줄곧 지평선을 향해 내려앉게 되지요. 그러다 보니 하늘이 어떻게든 너무 밝아지지 않았을 이른 밤에 나가서 보아야 하는데, 이 때가 대략 오후 9~10시 정도입니다. 이번 사진에서는 가장 어두운 별이 12등급 수준인 것을 보니 성공한 듯 합니다.
장치: 캐논 EOS 450D + 탐론 18-270mm Di II VC PZD
설정: 432mm - ISO 400 - 30초 - f/6.3
필터: 없음
시간: 2015-02-01 22:29-22:39 대한민국 표준시
위치: 대한민국 나주
8장의 사진을 RegiStax 6.1.0.8로 적층
DSLR (캐논 EOS 450D)이 똑딱이 카메라 (캐논 파워샷 SX50 HS)보다 심우주 사진을 더 잘 찍을 것이라는 제 생각을 다시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후자는 훨씬 잘 당겨지는 줌 렌즈를 탑재하고 있다 보니 작은 센서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참고로 450D의 APS-C 센서의 면적은 SX50 HS에 사용된 1/2.3" 센서보다 13.3배 넓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게된 사실은,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옵트론 스카이트래커를 제대로 정렬시켜 놓으면 초점거리가 1200mm (35mm 환산)이나 되어도 셔터 개방시간이 30초 이내이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카메라의 최대 망원 설정에서 아름다운 오리온 성운을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450D는 보기 좋은 색상을 띠면서 노이즈가 적은 사진을 찍어냈습니다. 하지만 망원 범위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지요. 게다가 영하의 날씨 (당시 약 -2C)에서 1시간 가량 뒤 무한대 초점 지점이 이동하는 문제도 발생햇습니다.
캐논 파워샷 SX50 HS로 바라본 오리온 성운 (40%)
SX50 HS로 찍은 사진의 경우 원본 해상도로 보면 예상대로 더 거친 모습을 보였습니다. ISO 100 설정을 SX50 HS에서 써도 450D의 ISO 400 설정보다는 더 거칠게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초망원 렌즈와 적층 과정으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최대 망원으로 사진을 찍은 뒤 크기를 작게 만들어놓고 보니 450D로 찍은 것보다 여전히 더 섬세한 부분이 살아있었습니다.
위의 두 사진으로 직접 판단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450D로 찍은 사진의 경우 적층 과정을 거치더라도 크게 개선되지는 않은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SX50 HS가 사실은 여전히 쓸만한 물건이었던 듯 합니다. 게다가 영하의 날씨에서 오래 찍어도 초점 상태는 안정적으로 유지도 되었고 말이지요. 제가 보기에는 450D에 더 나은 망원렌즈를 달아주던가... 아니면 진짜 망원경을 달아주어야 잠재력을 다 끌어올릴 수 있을 듯 합니다.
[#1]
장치: 캐논 EOS 450D + 탐론 18-270mm Di II VC PZD
설정: 432mm - ISO 200 - 120초 - f/6.3
필터: 없음
시간: 2015-02-01 21:46 대한민국 표준시
위치: 대한민국 나주
[#2]
장치: 캐논 SX50 HS
설정: 1200mm - ISO 400 - 30초 - f/6.5
필터: 없음
시간: 2015-01-31 23:12 대한민국 표준시 (23:12-23:49)
위치: 대한민국 나주
10장의 사진을 RegiStax 6.1.0.8로 적층
하늘에 있는 별들은 지구의 자전에 의해서 같이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장시간 셔터 개방으로 천체사진을 찍을 때에는 이런 움직임을 상쇄하기 위해서 추적장치를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구에 가까이 있는 다른 행성들과 같은 경우 약간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며칠 동안 관측해보면 위치가 바뀌는 것이 눈에 띕니다. 예전에 소행성 촬영을 해보는 것으로 보여드린 바 있지요.
요즘 이러한 움직임이 C/2014 Q2 러브조이 혜성에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지구를 지나서 태양에 접근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 12프레임 짜리 애니메이션(움짤)은 27분 동안 약 2.5분 간격으로 그 혜성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이를 구성하는 사진들은 앞서 올린 글에서 혜성의 적층 사진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사진들에서 가져왔습니다.
장치: 캐논 EOS 450D + 탐론18-270mm Di II VC PZD
설정: 432mm - ISO 800 - 30s - f/6.3
필터: 없음
시간: 2015-01-10 21:39 대한민국 표준시 (21:25-21:52)
위치: 대한민국 나주